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메릴린치 매각 등 요동치는 미국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국내 산업계도 바짝 긴장하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9월 위기설'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에 걸렸던 기업들은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미국금융시장의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파급돼 자금계획 등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며 분주하게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기업들은 자금 관리부서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상황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전 세계 금융권으로 확산하면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실물경제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 게 확실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로 증시상황이 나빠지고 국내외 금융시장마저 위축된다면 증시를 통한 직접자금 조달 창구가 막힐 뿐 아니라 은행차입마저 어렵게 되고 그러면 기업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던 일부 그룹들은 최근 경제환경 악화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산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자산매각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A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들 대기업은 한 푼의 자금이 아쉬운 형편에서 미국발 신용경색이 침체해 있는 국내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게 되면 계열사 지분이나 부동산 매각, 외부 차입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다시 짜야할 상황에 몰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산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 금융위기로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통한 해외자금 조달계획에 돌출변수가 생겨나지나 않을까 점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