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50년 전 9월에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 지역에 사는 거의 모든 가정에 `뱅크 아메리카 카드'로 불리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을 메일로 보냈다.

프레스노 지역 가정에 배달된 플라스틱 조각은 지금의 `비자' 신용카드로 당시 이 카드를 받은 후 프레스노 주민들의 연간 구매액이 6천만 달러 가까이로 급격히 늘어났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신용카드는 미국 뿐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미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신용카드가 최근 모기지 사태 등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위험한 물건이 됐지만 신용 제도가 경제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라며 신용카드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신용카드는 1951년 미 뉴욕의 금융업자가 설립한 '다이너스 클럽'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다이너스 클럽이 고급 스테이크 음식점에서 현금이 없는 고객들을 위해 `외상 카드'를 발명해 내긴 했지만 프레스노 지역에서 배포된 신용카드는 `전자 카드'로서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의 `형제간' 쯤으로 볼수 있는 데빗 카드나 선불 카드와 더불어 신용카드는 미국인이 현금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미국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소비자들은 손에 든 현금이나 은행에 속박되지 않은채 신용카드 하나로 저축하고, 소비하고, 돈을 빌리는 새로운 경제 생활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한 재정 전문가는 "신용카드 이전 신용의 개념은 소규모 할부 대출 형식으로 소비자들은 진정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한 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며 "그러나 갑작스런 플라스틱 카드의 등장으로 많은 게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에 의한 부채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 1968년 15억 달러 수준이던 것이 올해는 9천699억 달러로 증가했다.

50년 전 처음 미국 프레스노 지역에 배포된 신용카드가 6만장이었지만 지금은 36억7천만장으로 늘어나 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소비자데이터협회의 한 간부는 "1960년대 외상으로 TV를 살때 우리 아버지는 거의 심장마비에 걸린 지경이었는데 오늘날 우리는 스타벅스 4달러 짜리 커피를 사도 신용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떼는 경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회사는 신용카드 하나로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

대부분의 신용카드 소지자들이 부채를 청산하고 있는 반면 신용카드가 소비자들의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사기성의 어두운 면이 남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신용카드의 무거운 수수료과 회사측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 특히 재정 상태가 취약한 학생이나 저소득층을 겨냥한 판촉 활동 등에 대해선 여전히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면 미 4년제 대학생의 70% 가량이 한 개 이상의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신용 불량자가 속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신용카드가 등장한지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무선 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결제 수단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우리 곁을 떠날 것 같지 않던 `플라스틱' 카드가 곧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