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중국의 태양전지 업체인 선텍은 2001년 창업했다. 태양전지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2003년 매출은 1389만달러였다. 양산 4년째인 지난해 매출은 13억4826만달러로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10메가와트(㎿)였던 생산 능력도 100배인 10기가와트(GW)로 늘어났다. 창업 7년 만에 선텍은 태양전지 모듈생산 세계 1위,태양전지 생산 세계 2위에 올라섰다. 생산 1위 탈환도 시간 문제다. 선텍은 중국 내에서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와 중국의 격차를 15년 단축시킨 업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례2] 삼성에버랜드는 김천의 58만㎡ 부지에 짓고 있는 20㎿ 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준공 일정을 앞당기느라 비상이다. 10월 이후 가동에 들어가는 3㎿ 이상 태양광발전소에 대해선 발전차액 지원금의 30.2%를 축소하겠다고 정부가 지난 4월 말 발표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단가는 화석연료 대비 6배를 웃도는 킬로와트(㎾)당 700원으로 차액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을 보전하기 어렵다. A사는 공기 단축을 위해 동원한 중장비 등을 감안하면 공사비는 당초 예상보다 40%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산업화 경쟁에 돌입했다. 태양광에선 독일의 큐셀이나 중국의 선텍이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독일의 리파워를 인수,유럽 풍력시장에 진출한 인도의 수즈론도 각광받는 에너지기업이다.

국내에선 특정 분야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태양광 분야의 경우 같은 그룹 내 계열사끼리 서로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서 교통정리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A사 사례에서 보듯 '신재생에너지 백년대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저만치 앞서가는 선진국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산업구조를 CO₂ 저배출형으로 전환하고,신재생에너지의 시장 기반을 구축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생산·소비를 의무화했고,바이오연료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연방세금 감면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원별로 ㎾당 일정금액을 20년 동안 지원하고,바이오디젤 등에는 석유세를 면제하고 있다. 영국은 매년 일정량의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산업고도화를 시도,하이브리드카와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정을 이용한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은 2006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만 17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18년까지 수소에너지 상업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입한다. 영국은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정책 비전을 제시하고,비전 달성에 2010년까지 180억달러를 쓸 계획이다.

◆국내 수준은 걸음마

한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됐다. 하지만 보급률을 단기간에 높이려고 주요 부품 등을 수입하면서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조사 결과 기술개발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해 5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 규모가 작다는 점도 신재생에너지 육성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지난 10년간 국내 투자액은 일본의 7%,미국의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111조5000억원(민간 76조3000억원,정부 35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는 물론 민간자본을 어떻게 유치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모호하다.

◆'선택과 집중'이 돌파구

신재생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면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병로 한밭대 교수는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격차가 있는 만큼 먼저 틈새를 파고들어 대상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가진 반도체와 연결되는 태양광 등은 도전해 볼 만한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태양광 발전용 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2만5000t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춘 동양제철화학이 벌써 국내외에서 98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만금 제주도 태안 등 풍력에너지 특구 등에 테스트베드(실증단지)를,태양광 단지에는 팹센터(기술집적센터)를 각각 설치해 신재생에너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전차익 지원대상 확대 등 유인책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전력기반 산업기금을 늘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많이 배정하고,그린펀드 조성이나 그린채권 발행 등 재원조달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협약(RPA)을 강제성을 갖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로 전환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재생 에너지 대책이 그동안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보조금이나 발전차액 지원 등에 치중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규모를 크게 축소시켰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독일 중국 등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장사 잘되는 대형마트 몇 곳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한국의 정책 목표는 구멍가게를 가능한 한 많이 세우는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에너지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