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가 인기다. 시중금리 상향 추세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7~8%대로 치솟아 투자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침체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맞춰 개인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A 이상인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31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개인의 채권 투자액(순매수)은 지난 3~5월에는 평균 3000억원 안팎이었으나 6월부터 눈에 띄게 늘어 휴가철인 7~8월 두 달에는 1조2200억원을 넘었다. 특히 8월 투자액은 6396억원으로 작년 7월(6409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침체로 주식투자 메리트가 시들해진 데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수익률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7일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성인모 증권업협회 채권부장은 "주식이 아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기대수익률을 낮춘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AA급 3년 만기 카드채 수익률은 지난 3~4월에는 연 6% 초반이었으나 현재 연 7.6~7.7%로 높아졌다. 또 만기가 1년 남은 카드채 수익률은 연 7%대에 달해 연 6%대 후반인 은행권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웃돈다.

노평식 동양종금증권 FICC팀장은 "신용등급이 AA급인 카드채는 1~2년짜리가 7.2~7.4%에 이른다"며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높아진 데다 건설사들이 대부분이었던 BBB급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주로 A급 이상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내놓는 특판 채권은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 21일 삼성증권이 500억원 규모로 한정 특판했던 3년 만기 신한카드채(신용등급 AA)는 하루 반나절 만에 판매가 끝났다. 이 채권의 표면이자율은 연 7.65%지만 3개월 복리여서 이를 은행 이자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연 8.08%나 돼 투자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증권사 김진나 도곡지점 과장은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소형 금융업체뿐 아니라 개인들도 수억원의 뭉칫돈을 투자했다"며 "일부 개인 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의식해 투자 금액을 낮출 정도였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채권 판매액은 지난 1분기엔 월평균 1500억원 수준이었으나 8월에는 3000억원을 넘보고 있다.

또 이자를 매달 받을 수 있게 한 이표채와 물가연동채권도 인기다. 카드채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지만 만기일을 달리 해 투자하면 매달 일정액을 이자로 받을 수 있다. 또한 물가연동채권은 물가상승기에 원금과 이자를 물가 상승분만큼 더 쳐주는 데다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은행채와 카드채 수익률은 8월 중순 이후 더 오르며 3년물 국고채와의 수익률 차이를 벌리는 추세여서 채권 투자는 앞으로도 활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잇따라 채권 특판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2년물과 3년물 삼성카드채를 각각 연 7.47%,연 7.70%로 판매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25일부터 은행채 4종을 총 500억원 한도로 특판을 실시 중이다. 동양종금증권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현대제철 금호타이어 등 우량 회사채와 금융채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