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맹위를 떨치고 증시의 조정 국면이 이어져 어떤 주식투자 전략을 짜야 할지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 행진과 환율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심리를 억누르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경기 둔화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 배당투자 시즌을 앞두고 한발 앞서 배당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또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해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종목,자산가치가 높은 종목 등도 인플레이션을 버텨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당수익률과 현금성 자산 주목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에 뒤따르는 긴축 정책이 증시에서 자금을 빠져 나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당장 예금이나 채권의 매력이 높아진다. 증시의 돈줄이 조여지는 만큼 매수세가 줄어 주가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배당수익률(주당 배당액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 높은 종목이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CMA(종합자산관리계좌) 금리와 맞먹는 높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종목이 주목받는다. 대우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8.3%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5%를 넘을 전망이다. 외환은행 한국수출포장 안철수연구소 GS홈쇼핑 등의 예상 배당수익률도 4% 이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이런 종목들은 대개 주가 변동성이 작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예년과 같은 수준을 배당하는 종목을 주가가 쌀 때 매수하면 배당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매매차익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해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도 주목 대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5일 시가총액과 2분기 말 현금보유액을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보유현금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차 유한양행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LG텔레콤 한라공조 에스원 제일기획 SK텔레콤 삼성전자 등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현금 비중이 10.3%에 달했고 나머지 종목들도 2%를 넘었다. 이 증권사 이주호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이 많은 종목은 대체로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불황 이겨낼 경쟁력도 눈길

브랜드 파워가 강한 종목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종목이라면 다른 기업에 비해 경기 둔화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확실한 세계 1위 품목을 보유한 종목은 브랜드 파워가 그만큼 강해 실적이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메모리반도체의 세계적 강자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LG화학 두산중공업 제일모직 현대제철 효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머징마켓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한 종목들도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다. 선진국보다는 이머징마켓이 경기 둔화 우려가 덜해 이 시장에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는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아시아와 중동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 금호타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삼성물산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이 호평을 받는다.

자산가치가 높은 우량주도 추천 대상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기에는 PBR(주가순자산비율)가 기업가치 평가 기준으로 적합하다는 점을 들어 '저PBR 종목'을 눈여겨보라는 주문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상승장에선 PER(주가수익비율)가 미래의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알맞지만 조정장에선 PBR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기간에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도 주목할 만하다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5월19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은 국민은행 삼성전자 포스코 삼성화재 신한지주 LG전자 KT SK텔레콤 기아차 삼성SDI 등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현대중공업 SK 대우인터내셔널 LG디스플레이 삼성물산 두산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KT&G 대우증권 등을 사들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에 대비하느라 위축된 기관과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이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매수한 종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