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판도를 바꿔놓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산업은행은 22일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인수의향서(LOI) 제출공고를 내고 오는 28일까지 의향서를 접수한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산업은행 보유 지분 31.3%와 2대주주인 캠코 보유 지분 19.1%를 합친 9639만3000주(50.4%)다.

산업은행은 인수 희망 업체의 적격성을 검토한 뒤 9월 초순부터 약 3주간 매수희망자 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수 의사를 표명한 포스코 GS 한화 등은 대우조선 인수 태스크포스를 확대 개편,초반 성패를 좌우할 컨소시엄 구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인수금융 '짝짓기' 본격화

포스코 GS 한화 등은 국민연금 및 시중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기업과 은행들도 본입찰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서는 한편 경쟁사 동향 파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 등 시중은행들은 본입찰이 예정된 내달 10일까지 최적의 컨소시엄 파트너를 잡기 위해 각 회사들과 비공개 협상에 들어갔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국민은행은 포스코와 GS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GS와,하나은행은 한화와 각각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포스코 GS 한화 등 인수전에 뛰어든 3개 기업 모두와 주거래 관계여서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포스코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모두 "아직 공식 결정된 바 없다"며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3곳의 재무적 투자자가 필요할 것"이라며 "은행 간 연합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투자금융(IB) 관계자는 "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의 경우 연 8% 안팎의 수익률을,인수금융은 시중금리에 '+α'를 제공하는 선에서 각 기업들과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러브콜 집중

재무적 투자자(FI)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누가 끌어들이느냐가 인수전 초반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인수에 최대 1조5000억원의 투자 의사를 밝히고 경쟁 3사의 경영 및 재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 GS 한화 등 경쟁 3사는 국민연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인수 명분'을 쌓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도 국민연금의 지분 투자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적정 인수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과 대형 M&A 기업의 후유증 등의 영향으로 대우조선 인수가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인수 후보 기업들이 베팅 액수를 낮출 공산도 커졌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내놓은 지분(50.4%)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더라도 초반에 거론된 7조~8조원에서 향후 5조~6조원 이하까지 내려갈 공산이 클 것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손성태/이심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