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전이 본격 개시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2일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공고를 내고 산업은행 보유지분 31.3%와 2대 주주인 캠코 보유지분 19.1%를 합쳐 9천639만3천주(50.4%)를 매각한다고 밝힐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3월 매각대금을 적기에 회수하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책임있는 경영주체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대우조선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인수의향서를 받아 인수희망 업체의 적격성을 점검하고 예비입찰서를 제출받아 인수 의지를 확인한 뒤 9월 초순부터 약 3주간 매수희망자 실사를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본 입찰은 9월 말로 잡혀 있으며 10월 초에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모든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매각공고를 통해 외국기업은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릴 예정이다.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특성 때문이다.

다만, 외국계 자본이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된다.

외국기업이 배제된 가운데 현재 거론되는 국내 인수 후보는 포스코와 GS, 한화이다.

줄곧 인수 의향을 내비치던 두산은 18일 핵심역량에 집중하겠다며 포기를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에 관심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방위산업만 분리해 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입찰 참여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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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당초 지난 6월에 매각공고를 내고 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했으나 매각주간사 선정 취소 문제와 대우조선 노조 반발 등으로 일정이 뒤로 밀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골드만삭스가 경쟁업체인 중국 조선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정을 취소하고 대신 산업은행 M&A실에서 단독으로 매각 주간 업무를 맡기로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작업에 참여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산업은행의 현장실사를 저지하다가 매각 이후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승계, 직원 고용보장, 매각 관련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투명한 매각심사 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합의하고 입장을 바꾸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작업은 지연됐지만, 일단 매각공고가 뜬 이후에는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1년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대우조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M&A 시장의 단골 후보 기업이었기 때문에 인수의향을 가진 기업들도 충분히 준비를 해놨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내일까지 내라고 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매각가격은 7조-8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수 경쟁이 가열될 경우 9조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의 19일 종가는 3만7천650원으로 산업은행과 캠코 지분 가치는 3조6천300억원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이 상당히 높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증시 침체로 인해 대우조선 주가도 작년 말에 비해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인수 후보들의 부담도 많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가격을 제시할 만한 근거를 찾아내고 실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M&A전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