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강화 통해 `차이나 리스크' 극복 가능"

산업팀 =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연일 흥분과 감동에 빠져 있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이미 `포스트 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과 경제연구소들은 중국의 물가 급등과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를 비치고 있고 중국 증시 역시 조짐이 불안하다.

과잉 투자로 올림픽이 끝나면 단기적으로라도 경기가 급랭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이 한국의 수출 대상 1위 국가이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대거 진출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적신호'들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우려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대체로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올림픽 특수'를 활용한 생존 전략을 앞세워 만약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대부분 기업들의 다짐이다.

특히 자동차와 여행, 물류업계 등은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 시장에서 파이를 키울 꿈에 부풀어 있다.

◇무역 관련 기구.단체 "中경제 나쁘지 않다" = 코트라나 한국무역협회 등도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팀 차장은 "세계 시장이 위축된데다 중국 내수마저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 올림픽 이후 문제가 터져나올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아 주변의 우려처럼 경착륙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9~10월께 처방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긴축 운영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정책 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정환우 박사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시설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거론되지만 중국은 거의 영향을 안 받을 것"이라며 "이는 외환보유고가 많은 데다 재정 여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에 불안 요인이 나타나고 있고 올림픽 이후 잠시 소폭의 조정 국면이 올지 몰라도 경착륙은 아닐 것"이라며 "향후 이러한 조정 과정을 거치며 최소한 저성장은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자동차.여행.물류.유통업계 "시장 확대 호기" = 자동차와 여행, 물류, 유통 업계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시장 확대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경기 침체 전망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한 인프라 확대가 중국 내 자동차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올림픽 개최 전후 10년 간 승용차 수요가 매년 20~30% 성장했다는 점이 장밋빛 전망의 근거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전망 아래 2010년 현대차 60만대, 기아차 44만대 등 총 104만대를 판매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현대차는 생산 거점이 올림픽 개최도시인 베이징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활용, 4월 초 준공한 베이징 2공장에서 대규모 고객 초청행사를 열고 회사 이미지 제고와 현지 전략형 신차인 중국형 아반떼 판매를 극대화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여행업계도 서울올림픽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현상이 중국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봤다.

올림픽을 계기로 교통 및 문화시설 인프라가 완비된 데다 환경과 무질서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고 까다로웠던 입국 절차도 완화되는 등 중국 관광 여건이 좋아지다는 판단에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은 올림픽 이후 중국 관광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준비 중이며 특히 올림픽 시설을 둘러보는 일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홍콩과 상하이 등 중국 내 5개 물류 거점을 두고 있는 대한통운은 올림픽 이후 소비 경제 확대로 중국 내수 시장이 성장하면서 수출입 화물이나 중국 내 운송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준비중이다.

대한통운 상하이법인 관계자는 "향후 2~3년 간 소비 경기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정기를 거쳐 20년 정도 고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금호아시나그룹은 중국 내 물류시장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중국 내 거점과 시너지 창출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이마트 등도 올림픽 후 중국의 소득 및 소비 수준 향상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출점을 비롯한 투자 계획을 원안대로 진행키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 직전 국내 백화점 최초로 베이징에 점포를 열었다.

고소득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백화점 업태 특성상 올림픽 이후 경기가 다소 침체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 용기를 얻었다.

다양한 사은행사와 백화점 카드회원 모집, 패션쇼 등을 통해 구매력 있는 고정 고객을 확보해 경기 하락에 대비하고 상권에 안착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중국에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이마트는 올림픽을 통해 전반적인 소비수준이 질적ㆍ양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판단, `중단없는 전진'을 선언했다.

이마트는 점포가 주로 상하이와 톈진 등에 몰려 있어서 올림픽 이후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고 향후 출점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전자.철강.통신.유통 "위기를 기회로" = 전자.철강.통신.유통 등의 업종은 올림픽 이후 대 중국 수출 여건을 `위기 속 기회'로 여기는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 경제의 일시적인 경기 위축이나 성장세 둔화를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철저한 준비와 역량 강화를 통해 극복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위기를 잘 이겨낸다면 오히려 중국 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삼성전자 핵심 관계자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는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기 위축이 있을 수 있으나 올림픽에 이어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상하이 엑스포 등 대형 이벤트들이 시장을 충분히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 명품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동시에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경기 변동과는 무관하게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중국에 14개 생산법인이 있는 LG전자는 생산 물량의 80% 가량을 중국 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위안화 강세로 해외 수출에 따른 수익성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그래서 LG전자는 향후 중국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별도의 위기 대응책을 마련해 뒀다.

매출 채권, 재고, 매입 채무 등 지표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마케팅 역량을 실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철강업계는 올림픽 특수가 사라짐으로써 철강 수요 증가가 둔화해 일반재 중심으로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한국과 동남아 철강업체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올림픽 이후 '차이나 리스크'에 일찌감치 대비해 이구택 회장이 취임한 2003년부터 고급 철강재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확대하도록 주문해왔다.

그 결과로 포스코는 2003년 30%대이던 고급강 비중이 현재 70%대를 육박하고 있어 중국 철강 경기의 침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과 에너지가 주력업종인 SK그룹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어도 올림픽을 통해 축적된 인프라와 성숙해진 시민 의식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SK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단순한 현지화 이상의 `중국 기업화'를 통해 중국과 함께 성장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견지하면서 중국 경기의 하강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 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다.

SK 관계자는 "중국 경제의 부침과 상관없이 장기적 안목에서 위기도 `기회'로 받아들이며 지속적 사업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불안한 건 사실" =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은 다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단기간 경기 침체에 견딜 저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몇 달만 수출 침체가 계속돼도 생존을 걱정해야 해서다.

따라서 올림픽 후 중국 경기의 추이에 촉각을 세우면서 일단 경기 침체를 가정한 위기 대처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주방용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은 자사 제품이 중국 올림픽 국가대표 전용 제품으로 공식 지정되며 올림픽 특수를 누렸지만 하반기엔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락앤락은 이에 따라 해안가 대도시 중심의 기존 영업망을 내륙 소도시로 확대하고 중국 내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의 매출 비중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상하이 지역 고급아파트의 가격이 폭락하는 등 최근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악화로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사업 다각화로 이를 돌파키로 했다.

가정용 보일러뿐 아니라 대형.산업용 보일러 판매에 눈을 돌리고 온수기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