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이 8월8일 오후 8시8분8초,중국 베이징시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란 뜻)에서 230개국 1만5000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8은 '파차이(發財ㆍ돈을 벌다)'의 앞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 스포츠 제전인 동시에 세계적인 비즈니스 대전이기도 하다.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영국(런던)의 BBC방송이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나 마라톤 경기가 아니라 대회의 손익계산서"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환호와 눈물이 섞인 지구촌 스포츠 드라마인 올림픽을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올림픽 마케팅의 역사

올림픽 마케팅의 역사는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용의 대부분을 자선가들이 지원한 가운데 코닥이 대회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올림픽과 기업 간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당시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콜라를 공수해 미국팀 선수들에게 무료 제공한 이후 미국 내에서 코카콜라 선풍을 일으킨 것은 유명한 성공 사례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에는 스폰서 참여 기업이 700여개에 달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마케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대회로 기록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0여개 품목별로 1개 기업에만 독점적 올림픽 후원 자격을 부여하는 '올림픽 파트너스'(IOC 공식후원사)란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공식스폰서는 후원금이나 현물을 제공하고 세계 시장에서 4년간 독점적으로 오륜마크를 사용하며,전 세계에서 올림픽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미국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올림픽 브랜드 마케팅은 개별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평균 10배 이상 높인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조사업체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10년간 올림픽 공식후원사로 뛰고 있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시드니올림픽 직후인 2001년 63억7000만달러(순위 42위)에서 아테네올림픽 효과가 반영된 2005년에는 149억6000만달러(20위)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올림픽 공식스폰서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서울올림픽 때 1000만달러였던 올림픽 파트너의 후원금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5000만달러,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7000만달러로 치솟았다.

◆올림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올림픽은 경기시설 및 인프라 구축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와 관광 수입,IOC 수입금 등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은 상업 올림픽의 효시로 평가받는 대회다. LA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흑자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총재)를 역임한 피터 유베로스를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상업성을 올림픽에 적용,올림픽 로고 사용권과 독점 방송권 등의 권리를 파는 소위 '권리 비즈니스'를 도입했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다란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장에 몇 대의 TV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가이다"고 역설하며 경제 올림픽을 주창했다. 결국 미 연방정부나 캘리포니아주에서 한푼의 지원도 받지 않고 2억2500만달러의 순익을 남기며 '유베로스 매직'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후 올림픽은 경제성에 주력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LA올림픽의 직ㆍ간접 경제적 효과는 14억달러로 집계됐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은 26억달러,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은 35억달러,2000년 시드니올림픽은 65억달러의 경제 효과를 올렸다. 베이징올림픽은 300억달러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올림픽 기본 이념인 아마추어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난도 적지않다.

그렇다고 올림픽이 꼭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은 아니다. 올림픽 개최로 빚더미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적자 올림픽인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의 경우 12억2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몬트리올은 2006년까지 30년간 세금을 거둬 이 빚을 갚아야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도 대회 조직위원회는 3000만달러가량의 흑자를 누렸지만 정작 스페인 정부와 바르셀로나시는 각각 40억달러와 21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주가와 부동산 '부양 효과'

올림픽 개최는 주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서울올림픽 이후 최근까지 열린 다섯 번의 올림픽 중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제외하고는 해당국의 개최 당해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연 미국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 주가도 개최연도에 각각 26%와 23% 올랐다. 다만 스페인의 경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주가가 6% 떨어졌다.

올림픽 유치는 부동산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올림픽 개최 전 5년간의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바르셀로나(1992년)가 131% 상승,같은 기간 스페인 평균 상승률(83%)을 크게 웃돌았다. 2000년 올림픽이 열린 시드니 집값도 50% 올라 호주 평균 39%를 상회했다. 2004년 대회를 개최한 아테네 역시 집값 상승률이 63%를 기록,전국 평균 55%를 초과했다.

◆금메달 한 개의 가치는 567억원

올림픽 메달은 선수는 물론 국가의 영예다. 메달을 따기 위해선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2000년 올림픽 당시 한국이 국가대표선수단 훈련 및 파견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총 2600억원.그 결과로 금메달 8개,은메달 10개,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메달 색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메달 한 개당 93억원을 지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국민들의 자긍심 함양과 일체감 고양,국위 선양 효과 등을 감안하면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개최를 통한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 제고 효과는 돈으로 산정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본격적인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한국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 10대 무역국에 진입했다.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1개는 567억원 상당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곽승준 고려대 교수(경제학과)가 2004년 논문에서 한국이 금메달 1개를 추가했을 때 세금으로 추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설문조사한 뒤 이를 소득 수준 차이에 맞게 수정한 결과다. 이안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기업과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