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의원들의 감세요구가 이어지고 경제부처 장관들의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감세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한다는 목표로 전 세목에 걸쳐 세제개편안을 준비 중으로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상당폭의 감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최근 경기악화가 심각한 상태이고 특히 부동산 경기는 그대로 놔둘 경우 여타 부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침체돼 있어 관련 세금의 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 소득세 부담 완화 가시화

3대 세목 중 하나인 소득세 인하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24일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저소득층의 종합소득 과세표준 적용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법률안은 소득세 부과 기준인 현 4단계 소득구간에서 1단계인 1천200만원 이하의 과표구간은 현행 8%에서 6%로 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고, 1천200만원 초과 4천600만원 이하의 과표구간은 17%에서 16%로 1%포인트 인하하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총선 공약으로 소득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물가상승분이 자동적으로 소득세 과표구간에 반영되도록 하는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도 그동안 소득세 인하를 검토해 올해 세제개편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누누이 밝혀왔다.

강만수 장관은 지난 4월 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이미 소득세를 안내고 있는데, 다른 나라는 70% 안팎이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면세점의 조정보다는 세율을 통해 근로소득세 부담을 적절히 조정하겠다"고 말했고 이후에도 수 차례 소득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소득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세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소득세 인하를 공식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소득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우리나라는 면세자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만큼 섣부른 세율 인하는 재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조세연구원은 "소득세 부담 증가는 상대적으로 좁은 납세자 계층의 세부담 증가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 계층의 한계세율 증가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낮은 납세자 비율은 감세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편중된 세부담을 초래하는 만큼 선진국 수준인 70%는 어렵더라도 6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재산세 과표 현실화 일시 중단

재산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과표 상향조정 작업을 잠정 중단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올해부터 공시지가의 50%인 과표적용률을 5%씩 올리도록 한 지방세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해 9월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과표적용률 인상 전 기준에 맞춰 재산세 인하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인상된 과표적용률(55%)에 따라 7월에 더 부과된 재산세에 대해선 9월 재산세를 더 낮춤으로써 별도의 환급 절차 없이 사실상 소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50%)으로 동결하되 7월 재산세는 이미 과표 적용률 55%로 부과된 만큼 9월분 재산세를 45%로 적용해 7월분도 50%로 소급적용하는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금년에만 임시방편으로 과표적용률을 동결하고, 내년 이후에는 과표적용률을 올리되 세율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공시가격의 50% 수준인 과표율을 2017년까지 100%로 높이기로 하고 올해부터 5% 포인트씩 인상하기로 했다.

재산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의 산정은 1월 1일에 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떨어져 집값이 내리는 가운데 세금이 크게 내리는 기현상이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재산세 인상률이 전년도 재산세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세부담 상한선 규정을 20~30%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과세 표준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시가를 조사해서 (부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행정안전부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될지 연구하겠다"고 답변했다.

◇ 종부세 부과기준 6억→9억원 유력

종부세법 개정에는 여야가 모두 참여하고 있어 수정 폭이 문제이지 최소한 일정 부분은 개정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 등이 낸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서울에서만 약 15만가구의 아파트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종부세를 내는 가구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종부세 과세방법도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 방식으로 예전처럼 환원될 가능성이 높다.

가구별 합산 방식의 경우 위헌논란이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에 수정가능성이 높지만 반면에 반대의견도 많아 당의 주장이 어느정도 수용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에는 민주당도 가세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65세이상 1가구 1주택 고령자 가구에 상속.증여.매매 등 소유권 이전이 발생할 때까지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종합소득 3천600만원 이하인 60세이상 1가구1주택 소유자로서 주택의 공시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는 종부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 1주택자 양도소득세 더 낮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모두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방침을 밝혀 완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에 대해서는 이미 장기보유자 특별공제 확대로 20년 보유시 최고 80%를 감면받도록 했는데 추가로 완화한다는 방침이 나왔기 때문에 일정기간 보유시 완전 면제해주거나 혹은 보유기간 기준을 단축하는 방안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10년간 보유한 경우, 또 15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보인다.

2주택자 또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양도세 완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9~36%의 일반세율로 과세하던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이 참여정부 때 무조건 50%로 대폭 늘었기 때문에 이전 세율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주택자도 현행 60%인 것을 40%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세율이 50% 이상 되면 '세금'이라기 보다는 '징벌'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세제로 보기는 힘들다"면서 "아무리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이 수준의 세율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차원에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 60%도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 법인세 8월 중간 예납부터 인하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감세정책인 법인세 인하는 이미 개정안이 만들어져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인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과표 2억원 이하의 경우 법인세율이 2008년(귀속)부터 11%로 낮아지고 다시 2010년에는 10%로 인하된다.

2억원 초과인 경우 각각 22%와 20%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전체 35만개의 법인 중 90.4%인 32만개 기업이 2010년부터는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개정안은 법인세율의 2단계 인하에 맞춰 최저한세율도 중소기업의 경우 현행 10%에서 2008년(귀속) 8%, 2010년 7%로 낮추고, 일반기업의 경우는 현재 과세표준 1천억원까지는 13%에서 2010년까지 10%로, 1천억원 이상은 15%에서 2010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안은 시행일 이후 신고분부터 적용할 계획이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12월말 법인의 경우 올해 8월 중간 예납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 8월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부가세는 오히려 면세 범위 축소 가능성

다른 세목의 개편 방안이 주로 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부가가치세 분야는 오히려 면세범위를 줄여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타 세목에서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고 조세형평성도 고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열린 한국조세연구원 주최 정책토론회에서는 금융.보험이나 의료.보건, 교육 등 분야에서 현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부가가치세 면세를 축소해 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분야에서는 관련법 제정 이후 면세대상이 계속 추가되면서 지나치게 넓게 면세가 적용되고 있어 조세형평성이 저해되고 있으므로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그대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중기적으로는 세제개편안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정부에서도 금융.보험 분야에서 수수료를 명시적으로 받는 부수적인 금융서비스나 의료.보건 분야에서 건강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간이과세제도도 중장기적으로 배제업종을 확대해 대상자를 축소해 나간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박대한 박용주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