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대응방향을 정하기 위해 부처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외환은행이 HSBC 품에 안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대응방향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것이어서 HSBC의 인수를 점치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하고 있어 론스타와 관련된 2가지 재판이 모두 끝나봐야 알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지 말고 시장에 확실한 사인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승인으로 돌아서나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 문제와 관련해) 가장 바람직한 대응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부처 간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24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자료에서 "그간 정부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 전에는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명시,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살펴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실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5일 "외환은행 매각 건은 국민 정서를 감안해 충분히 공감을 얻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금융위 관계자들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2건의 재판이 완료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승인 검토 자체가 어렵다"고 언급해 왔다.

정부가 이처럼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도에 대한 고려와 HSBC 및 론스타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HSBC를 지원하고 있는 영국 정부도 고든 브라운 총리 명의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조속한 승인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HSBC에 대한 심사를 착수키로 결론낸다면 HSBC가 자격미달로 판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책임지려는 공무원 없다"

금융위는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는 발표자료에서 "현재 론스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론스타와 HSBC 간 계약이 7월 말로 만료될 예정이나 양 당사자의 계약 연장 여부 등 제반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임을 고려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승인심사에 착수한다는 것과 승인한다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승인 여부는 법원 판결을 봐가면서 결정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어떻게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이 문제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금융위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의 적합성 여부를 두고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법원에 불려다니고 있어 어떤 공무원도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주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