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공격을 받고 있는 인터넷 포털 야후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을 이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음 달 1일 주주총회(주총)를 앞둔 야후 경영진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마지못해 하는 결혼'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야후가 다음 달 1일 열릴 주총에서 모든 이사진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에게 3명의 이사 자리를 주기로 21일 합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새 이사진은 기존 이사 9명 가운데 최근 비디오게임 회사를 차린 보비 코틱을 제외한 8명과 아이칸 및 아이칸이 지명하는 2명 등 총 11명으로 짜인다. 그동안 아이칸은 8월1일 주총에서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 최고경영자(CEO)를비롯해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겠다며 위임장 대결을 추진해왔다. 아이칸은 현재 야후 지분 5%(6900만주)를 갖고 있다.

상호 비방해온 양측의 불안한 동거로 야후의 운명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야후가 아이칸을 받아들인 것을 서로 존경과 사랑에 의한 게 아니라 '마지못해 하는 결혼'(a shotgun marriage)'과 같다고 비유했다.

FT는 야후의 지분 4.4%를 보유한 기관투자가 레그메이슨의 빌 밀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난 주말 야후의 기존 이사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아이칸이 주총 대결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에 야후가 굳이 아이칸과 타협할 필요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FT는 야후의 2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과 아이칸을 지지하는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 야후 이사진을 고민하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칸으로서는 위임장 대결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후 일부 투자자들은 양 CEO가 내년 주총 때까지 회사가 턴어라운드하지 못하면 주주들로부터 더 큰 사임압력을받을 것이라며 1년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야후의 운명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의 스콧 케셀러 애널리스트는 "야후와 아이칸의 합의로 MS와의 합병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제프리 앤드 컴퍼니의 유세프 스콸리 애널리스트는 "MS와의 합병은 당장은 아니지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