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업체들이 '몸집 불리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철강제품 생산 능력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 철강업체를 인수.합병(M&A),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는 '빠른 길'도 모색하고 있다. 늘어나는 철강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입김이 세지는 광산업체들과 대등하게 맞서려면 생산 규모를 키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너도 나도 설비 증설

포스코는 17일 포항제철소에서 '신(新)제강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제강공장은 용광로에서 뽑아낸 쇳물을 모아 불순물을 제거한 뒤 각종 첨가물을 넣어 질기고 단단한 철을 만들어내는 설비다. 포스코는 1조4000억원을 쏟아부어 2010년 6월까지 신제강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포스코의 철강생산 능력(작년 말 기준 3200만t)은 연간 200만t가량 늘어난다.

포스코만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게 아니다. 세계 1위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말 기준 1억1000만t인 생산능력을 2012년까지 1억5300만t으로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300억달러(약 30조원)를 넘어선다.

포스코와 함께 세계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도 대대적인 설비 증설에 나섰다. 신일본제철은 현재 3430만t 수준인 연간 생산능력을 4년 안에 465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고,JFE도 같은 기간 500만t 이상의 설비 확장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도전은 더욱 거세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바오산강철은 2012년까지 8000만t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작년 말 생산능력은 2850만t.4년 만에 덩치가 세 배가량 훌쩍 커지는 셈이다.

◆해외 투자와 M&A도 활발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는 철강회사들도 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만한 부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건설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인도와 베트남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2018년까지 해외에서만 1500만t 이상의 쇳물을 뽑아낼 계획이다.

일본의 관심은 브라질에 몰려 있다. 신일본제철은 브라질 현지 합작기업인 우지미나스와 공동으로 6000억엔(약 5조6000억원)을 들여 고로를 짓기로 했다. JFE는 한국의 동국제강과 함께 브라질 세아라주에 연산 500만~6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일본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는 중국은 M&A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격차를 좁히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설립된 '허베이강철'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허베이성에 있는 철강업체 두 곳이 합쳐져 생긴 이 회사는 연간 생산량이 3100만t에 달한다. M&A로 단숨에 포스코 크기의 철강회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불려야 산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철강회사들의 설비투자액은 1071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7년 전인 2001년(265억달러)에 비해 4배 이상 투자 규모가 커졌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철강생산 능력은 작년 말 15억t 수준에서 20억t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철강회사들이 앞다퉈 몸을 불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당분간 철강제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제철강협회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철강 수요는 2016년까지 연 평균 4%가량씩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재료 협상을 할 때마다 애를 먹이는 광산업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설비 증설은 불가피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BHP빌리턴 등 세계 '빅3' 광산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 반면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업계 '빅5'의 시장 지배력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원재료 가격 협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덩치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