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채권값, 원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금리 연계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개인들은 주가 급락에 따른 펀드 손실로 울상을 짓고 있다.

◇ 환율 1,050원대..키코 손실 눈덩이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무용품 유통 전문기업인 모나미는 지난 4일 통화옵션 거래로 상반기 12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지난 3일 백산은 통화옵션 거래로 자기자본의 21.7%인 106억원의 손실이 상반기 중 발생했다고 공시했으며 우주일렉트로닉스도 자기자본의 16.6%인 7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작년 하반기 환율 급락기에 유행한 키코(KIKO, 녹인.녹아웃) 옵션 거래에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 있을 경우 시장가보다 높은 지정환율(행사가)로 외화를 팔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환율이 지정한 하단을 밑돌더라도 계약 무효(녹아웃)가 돼 기업은 손실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상단을 넘어설(녹인) 경우 계약금액의 2~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지정환율로 팔아야 돼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된다.

1분기 현재 키코 등 은행의 환위험 헤지(회피)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의 환차손은 2조5천억원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2분기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의 급등세와 외국인의 증시 이탈 여파로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이 2년8개월 만에 1,050원을 넘어서는 등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키코 관련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파생상품 손실을 공시한 기업은 26개에 머물고 있지만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피해를 접수한 중소기업은 4일 현재 178개에 달하고 있다.

일부 피해기업들은 대출 연장 시점에 은행에서 키코 가입을 권유하는 일명 `꺾기' 영업이나 대출에 적용되는 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적용해 키코에 가입시키는 등 불공정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은행을 상대로 집단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파생상품 구매자 안전책 등 제도화가 잘 돼 있는 외국의 고위험 파생상품을 무방비 상태인 국내에 들여와 환위험 관리 담당자 한 명 없는 중소기업에 판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금리 급등에 대출자 울상..금리연계상품도 손실
시중금리가 급등(채권 값 하락)하면서 대출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3일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6.16%로 2002년 7월19일 이후 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9%대로 치솟고 신용대출 금리도 속속 인상되면서 가계 대출자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춰보기 위해 금리연계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도 손실을 입고 있다.

금리구조화스와프(CMS) 연계대출은 평소에는 금리 혜택을 보지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오히려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데 유로 쪽 장단기 금리가 지난 6월3일이후 한달 넘게 역전 상태를 이어가면서 가입 업체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

CMS 연계대출은 대출을 받고 별도로 CMS에 가입해 금리 혜택을 보는 방식이다.

가령 대출을 받은 기업이 유로CMS 30년-2년에 가입해 은행에 금리를 연 5.0% 제공한 뒤 유로IRS 30년물 금리가 2년물과 같거나 높으면 은행으로부터 연 6.5%를 도로 받아 이자비용을 연 1.5%포인트를 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장단기 금리가 역전돼 유로IRS 3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으면 은행에서 주는 것이 없어서 연 5.0%이자를 고스란히 추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많이 판매된 상품은 유로 이자율스와프(IRS) 금리 30년물-2년물이나 10년물-2년물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신한은행은 유로CMS 30년-2년 거래실적이 9천800억원에 달하고 하나은행은 유로 30년-2년과 10년-2년 상품이 2천억원 팔렸다.

우리은행이 원화CMS를 500억원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 전체 실적은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유로 IRS의 경우 지난 1999년 이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원화로 대출을 받았는데 유로화 상품에 가입한 것은 투기적 행태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증시하락..펀드 가입자 직격탄
최근 증시 하락으로 펀드 가입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금 손실은 물론 끝없이 추락하는 수익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창구와 PB센터에는 향후 시장전망 등을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2조8천166억원을 판매한 히트상품인 `신한BNPP 봉쥬르 차이나 2호 클래식A'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24.8%에 달한다.

1조6천646억원어치가 팔린 `신한BNPP 브릭스 플러스 주식투자신탁 클래식 A' 역시 -19.43%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점에서 가입한 분들은 손실이 크다"면서 "고객들에게 연일 문자 서비스를 보내 계좌별 수익률을 통보하는 등 시장상황을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각각 3조원과 2조6천억원 이상 판매한 `미래에셋 인디펜던스주식K-2'와 `미래솔로몬주식1의 수익률도 -14.97%와 -15.0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도 기다리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모 은행의 PB는 "이미 환매할 시점은 지났다"며 "상당수 펀드들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만큼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환매하기보다는 일단 관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수록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주가지수연계예금(ELD)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승형 상품의 현재 수익률이 대부분 0%로, 그나마 원금만 건지는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ELD는 만기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입 기간 수익률에 크게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윤정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merciel@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