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특히 자동차 분야에 대해 쏟아내고 있는 발언을 듣고 있자면 많은 의문이 생긴다.

외신이 전하는 그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은 수십만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은 한국으로 수천대만 수출토록 제한하는 협정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인지,아니면 미국 국민의 표심을 의식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후자라면 이해 못할 바가 아니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미국 차는 크라이슬러,포드,캐딜락을 합쳐 6000여대였다.

반면 미국에서 팔린 한국 차는 현지 생산을 포함해 76만대가 넘었다.

판매대수만 놓고 보자면 오바마처럼 볼멘 소리를 낼 법도 하다.

그러나 한ㆍ미 간 자동차 무역의 상황을 단순히 판매대수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5만3000여대다.

이 중 미국 차는 6000여대로 시장점유율은 11%가 넘는다.

반면 지난해 미국시장 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1600만여대로 한국차 판매량은 76만대였으니 점유율은 5%가 채 안 된다.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미국 입장에서 그리 억울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1987년 한국이 자동차시장을 개방한 후에도 미국은 끈질기게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해 왔다.

마치 대단한 피해의식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미국이 앞장서서 시장개방의 폭을 넓히면,그 혜택을 차지하는 건 미국이 아닌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역사는 수입차 업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차시장을 활짝 열어 놓았는데도 그들의 욕심만큼 미국차가 많이 팔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바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 차를 '제한'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 차가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세계적으로 '이상한 시장'으로 통한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고급차 브랜드가 판매대수 1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소비자의 기호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수입차 업계 사람들은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는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 브랜드이든,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이 뛰어나든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 마음에 확실하게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 차는 어떨까.

미국 차도 나름대로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다.

유럽 차나 일본 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한 미국 차의 특징이 그간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와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크기만 하고 조립 상태는 어설프며 고장이 잘 나는 게 미국 차 아니었던가.

지난해 10% 이상의 점유율은 그나마 품질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 얻어낸 성과다.

오바마에게 묻고 싶다.

미국 차 회사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이 무엇인지,한국 수입차시장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했던 BMW나 최근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혼다가 한국시장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 및 자금을 투자했는지를 알고 있는지 말이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