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잡기를 최우선 통화정책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주요국 채권수익률이 급등세(채권가격 급락)를 타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잇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데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는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초점이 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 억제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기존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 팔고 있다.

이와 관련,주요 8개국(G8) 재무장관들은 13~14일 일본 오사카에서 회담을 갖고 인플레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국 국채수익률 급등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정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일(현지시간) 0.23%포인트 급등한 연 2.94%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고치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 미국의 5월 실업률이 5.5%에 달했다는 발표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2.4%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이틀 만에 0.54%포인트 폭등했다.

이틀간의 상승폭으론 1985년 이래 23년 만의 최대다.

2년 만기의 영국 국채 수익률도 지난주 연 4.9%에서 이날 5.36%로 뛰어올랐다.

한 달 전 4.28%였던 것에 비하면 1%포인트나 급등했다.

독일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연 4.64%에 거래돼 일주일 전 4.33%,한 달 전 3.65%와 비교해 급격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일본의 2년 만기 국채는 11일 장중 0.058%포인트 상승한 연 1.015%에 거래됐다.

국채 수익률 급등은 고유가와 식료품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9일 보스턴에서 열린 한 경제 컨퍼런스에서 "에너지값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며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앞서 3일에도 달러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하며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지난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7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미국의 경우 각종 경제지표가 여전히 불안해 버냉키 의장의 인플레이션 경고가 '강달러'를 지지하기 위한 발언일 뿐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ECB가 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과 EU 간 금리 격차가 커지고 달러가치 또한 더 떨어질 수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성장보다 물가 억제 우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를 중단하거나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간의 신용 경색 완화나 경제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정책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11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8%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네 차례 금리를 낮췄던 캐나다 중앙은행은 전날 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3%로 금리를 동결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4%로 2%포인트 인상했으며 칠레도 예상보다 큰 폭인 0.5%포인트 올렸다.

이 밖에 브라질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금리를 인상했다.

하타디 사우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해 7월에도 정책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데이비드 헨슬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들어 3.66%까지 하락한 전 세계 31개국의 기준금리 평균이 연말엔 3.8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