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퇴치.식량보장 공약..바이오연료 생산 문제는 `외교적 봉합'
쿠바 집요한 공세끝에 "식량, 정치압력의 무기로 사용안돼" 문안 포함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는 5일 글로벌 식량위기와 관련, 저개발국 주민들에 대한 식량지원 확대와 함께, 식량생산 촉진 및 농업투자 확대를 위해 각국 정부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일부터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40여개국 정상들을 비롯해 151개국 고위급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사흘간 진행됐던 정상회의는 5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현 위기로 인한 고통을 경감하고 식량생산을 촉진하며, 농업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식량접근의 장애물을 없애고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의 자원을 지속가능 하게 사용할 것을 확고히 결의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기아를 퇴치하고, 오늘과 내일의 전 인류의 식량을 보장할 것을 공약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쟁점이었던 식량위기에 미치는 바이오연료 생산 문제는 일부 국가에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던 것과는 달리, 바이오연료 세계 1,2위 생산국들인 미국과 브라질 등의 반발을 감안해 적당히 절충하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와 관련, 공동선언문은 "세계의 식량안보와 에너지, 지속 가능한 발전 요구의 관점에서 바이오연료들이 제기하는 도전 및 기회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바이오연료의 생산 및 사용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3가지 기둥에 따라 지속가능 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글로벌 식량안보의 달성 및 유지를 위해서도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한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글로벌 식량위기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에 따라,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타결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DDA가 개도국의 식량안보에 이바지하고 무역 능력을 구축.개선하기 위해서 `무역을 위한 지원 패키지'(aid for trade package)가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국제가격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조치들의 사용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말해 일부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에 기존의 식량수출 금지 및 규제 조치들의 철회 또는 완화를 주문하고 앞으로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긴급조치로는 유엔 기구들을 비롯한 관련 국제기구들과 지역기구들, 기부국, 비정부기구들이 모두 단합해 식량가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저개발국 및 개도국 주민들을 위한 긴급 식량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저소득 식량부족국가들이 치솟는 식량가격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국제수지 및 재정을 시의적절하게 지원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다음으로 단기 조치로는 특히 저소득 식량부족국가의 소규모 농민들의 식량 증산을 위해 기술 지원과 씨앗, 비료, 동물 사료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저소득 국가들의 식량비축 능력을 확보하고 식량안보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현 위기는 세계 식량 시스템들의 허약성 및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면서 식량.농업 시스템의
개선 및 합리화, 그리고 무역 장벽 및 시장왜곡적 정책들을 줄이는 국제무역의 자유화 등 중.장기 대책도 제시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저소득국 및 개도국 빈곤층의 생계 지원 및 농업투자 확대를 위한 `주민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는 한편,
기후변화 대처와 관련한 각종 금융시스템 및 투자 흐름에 원주민을 포함해 세계의 소규모 농민과 어민들이 참가하고 혜택을 받을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농업과 임업, 어업 부문에 적절한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식량.농업을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개량된 테크놀러지와 정책적 접근법에 대한 연구와 개발, 응용, 이전, 전파를 적극 지원하며, 농업 테크놀러지 개량을 위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 구축 등도 포함됐다.

이에 앞서 이날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쿠바가 미국의 경제제재와 관련해 "식량은 일방적인 정치적 압력의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선언문에 포함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버텨 그 문안을 넣는 선에서 채택에 합의했다.

회의에는 반기문(潘基文)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기구 및 주요 국제기구 대표들과 함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포함한 40여개국의 정상들과 세계 각국의 각료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로마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