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신용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 주택차압 건수가 계속 늘면서 금융권의 추가 손실 우려가 커진 탓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일(현지시간) 추가 부실자산 상각 가능성을 들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한 단계씩 낮췄다.

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낮아졌다.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 역시 'A+'에서 'A'로 하향됐다.

S&P는 또 이들 3개 투자은행을 '부정적 관찰대상(Negative)'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신용등급을 다시 낮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S&P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비해 온 골드만삭스의 신용등급은 'AA-'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전망만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체이스의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씨티그룹 와코비아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여부를 검토 중이다.

타냐 아자크 S&P 애널리스트는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이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자산 추가상각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주택차압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퍼스트아메리칸코어로직(FAC)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집을 저당잡힌 4인 미만 가구는 총 66만건으로,1월 말에 비해 33.9% 증가했다.

FAC 마크 플레밍 수석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매수 수요가 없어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주택을 담보로 잡고 있는 금융사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투자은행들이 보증을 제공한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거래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형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리먼브러더스는 8%,메릴린치는 3%가량 각각 떨어졌다.

게다가 미국 4위 은행인 와코비아의 케네디 톰슨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최대 대부업체인 워싱턴뮤추얼의 케리 킬린저 CEO가 투자손실 등에 따른 경영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는 소식에 다우지수는 전 주말에 비해 1% 이상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은 자산 추가 상각을 상쇄하기 위해 다시 자본 확충에 나설 움직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리먼브러더스가 다시 신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자본 조달 규모가 30억∼4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뒤 전 세계 은행과 증권사들이 자산상각 등을 통해 반영한 손실 규모는 387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해당 금융사들은 총 270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