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허용됨에 따라 그동안 합법적인 결합을 기다려오던 동성 커플들이 결혼 행렬의 전면에 나서면서 침체되던 경제에 단비를 뿌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모기지 부실 파동의 여파로 깊어지고 있는 불경기로 인해 전통적인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 비용을 적게 지출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달 15일 주 대법원이 내린 동성 결혼 합헌 판결은 소규모 결혼 관련 업체들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는 것.
특히 웨딩플래너와 제과점, 호텔 등 관련 업계는 판결 직후 예약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법과대학원의 한 조사에서는 동성 결혼이 앞으로 3년간 캘리포니아주 경제에 3억7천만 달러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내에 있는 9만2천쌍의 동성 커플 가운데 약 절반이 결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평균 8천40 달러를 결혼 비용으로 지출하리라고 진단했다.

또 동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해온 `플래닛아웃'의 조사 결과 동성애 소비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20%이상의 소득을 올리면서 결혼식 비용으로 10% 이상 쓰려고 하는 등 학수고대했던 결혼 파티를 합법적으로, 성대하게 열고자 하는 점을 감안하면 동성결혼으로 인한 파급 효과는 적지않을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각 카운티는 오는 17일부터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인데, 직접적인 수혜 업체들은 결혼이벤트 플래너를 비롯해 각종 음식점, 텐트 및 의자 대여점, 꽃집, 사진관, 음식 캐터링업체, 호텔 등이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샌타모니카 가(街)에서 `케이크&아트' 빵집을 운영하는 톰 로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수십년간 이번 판결을 기다려온 이들은 1.5m 높이의 대형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어바인에서 사진서비스를 하는 미치 골드스타인은 "판결 직후부터 3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와 사진을 넣은 청첩장 제작을 문의했다"고 전했다.

웨딩 플래너인 마이클 윌름스는 "지난 2월에는 끔찍할 정도로 결혼 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졌었다"면서 "그러나 판결 이튿날 5만5천 달러를 들여 결혼식을 하겠다는 동성 커플의 예약을 받는 등 상황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동성 커플인 마이크 스탠다이퍼와 마크 해머의 경우 당초 올 10월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판결후 예정을 바꿔 성대한 결혼식을 열기로 하고 2만5천 달러를 들여 성대한 웨딩 파티를 위해 집을 새로 꾸미기로 했다.

물론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 문제는 11월 4일 실시할 주민투표에서 금지되는 쪽으로 결론이 나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동성결혼 금지쪽으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더구나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살지 않더라도 결혼 신고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타 지역에서 날아오는 동성 커플과 하객들로 인해 지역의 호텔과 항공 업계도 덕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텍사스에서 살고 있는 수 제닝스와 신디 러브 커플은 이달에 캘리포니아로 와서 결혼식을 거행키로 하고 하객을 위한 음식과 꽃, 사진, 예복에 5천 달러를 쓰기로 했다.

이 때문에 웨스트할리우드의 라마다호텔은 동성 커플을 위한 특별 허니문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며, 메이시스 백화점이 결혼 및 선물에 관한 정보를 싣는 광고를 유력지 등에 전면으로 싣기로 하는 등 광고가 넘쳐나면서 출판업계도 10~15%의 광고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