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전략 대화' 개최 원칙 합의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27일 모스크바를 방문, 안드레이 데니소프 러시아 외무부 제1차관을 만나 한.러 정상 회담 개최 등을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올 2월과 지난 7일 각각 신(新) 정부를 출범시킨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부 간 고위급 외교 회담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는 한.러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외교 당국자가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방문을 희망해 옴에 따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열되 그 시기는 양국 외교 일정을 감안해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외교 당국자는 "정상회담 이전에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날 경우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이와 별도로 한국 외무장관의 러시아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러 정상 간 첫 만남은 오는 7월 일본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럴 경우 이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빠르면 오는 9월 무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다음달 말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했으나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가능한 빠른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날 러시아 측은 양국 현안을 포함해 지역 및 국제 문제들을 보다 큰 틀에서 논의, 협력할 수 있는 `한.러 전략 대화' 출범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 일본 등 두 나라와 전략 대화를 갖고 있으며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에 전략 대화를 제안, 출범에 합의한 상태다.

차관급 공식 외교 대화 채널이 될 `전략 대화'가 실현될 경우 한.러 간 실질 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매년 1차례 전략 대화를 갖되 첫 회의는 서울에서 열 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니소프 차관과 회담을 마친 후 권 차관은 6자 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과 회동을 갖고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가 보여준 적극적인 태도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더욱 협력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또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에너지 개발 뿐 아니라 극동 시베리아 개발,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 등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 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고, 러시아 측은 시베리아 철도 건설과 우주 및 방산 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양측은 상호 관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연말 실시하고 있는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의를 조기에 개최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협력 증대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교류 촉진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복수 사증 협정이 조속히 체결돼야 한다는 한국측 설명에 대해 러시아측이 긍정적인 답을 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권 차관은 29일에는 스웨덴에서 열리는 `이라크와의 국제협약' 점검 회의에 참석, 이라크 재건 지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며 30일에는 프랑스 외교차관과 만나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일정과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을 포함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