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C 보유지분 매입권 행사 중재 신청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지분율 19.8%)인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현대중공업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보유지분 전량(70%)에 대해 주식매입권리(Deemed Offer) 행사를 통지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IPIC가 현대중공업 등 옛 현대 계열 주주들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IPIC의 계약 위반과 주식매입권 행사에 대해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법적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IPIC 간의 갈등은 결국 국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최근 IPIC와 GS그룹 간의 주식 양수도 추진을 막기 위해 GS칼텍스,GS홀딩스,GS건설 등을 대상으로 주식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둘러싼 국내외 법적 분쟁은 앞으로 수년간의 조정 기간이 소요돼 지분 매각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IPIC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위해 물밑 협상을 벌여온 GS그룹은 양측의 법적 분쟁을 지켜본 후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시장점유율 30%인 GS칼텍스가 현대오일뱅크(시장점유율 13.6%)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내 최대 정유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장기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범(汎) 현대가(家)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자동차(4.35%) 현대제철(2.21%) 현대산업개발(1.35%)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범 현대가가 현대오일뱅크를 되찾는다면 2002년 당시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의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던 정몽혁 메티아(옛 아주금속) 사장이 다시 현대오일뱅크의 최고경영자(CEO)로 재기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