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리 인하後 인플레 대응책 특히 신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달 18일(이하 현지시각)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벤 버냉키 FRB 의장이 27-28일의 대(對)의회 반기(半期) 보고 회동에서 특히 인플레 문제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를 국제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FRB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연방기금 금리를 모두 2.25%포인트 떨어진 3%로 끌어내렸음을 상기시키면서 핵심은 인플레를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FOMC가 내달 회동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란 확률이 현재 월가에서 92% 가량으로 점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대고객 투자권고 보고서에서 "기업 신뢰도가 더 떨어졌으며 그간의 잇단 금리 인하도 금융 시황이 더 나빠지면서 그 효과가 부분적으로 잠식된 상황에서 경제가 단기적으로 더 위축될 위험이 높아졌다"면서 따라서 "FRB가 금리를 더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버냉키가 이번에 그런 점을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사이트도 대고객 보고서에서 "경제의 핵심 부분들이 모두 나빠지고 있다"면서 버냉키가 성장둔화 위험과 여전한 금융시장 불안, 그리고 꺾일 줄 모르는 물가 압력이란 '3중고'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를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버냉키가 2주여 전 청문회 때는 성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췄으나 잇단 금리 인하로 인플레 압력이 고조됨에 따라 이번에는 인플레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FRB 쪽에서도 나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FOMC 현 멤버인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총재는 지난 22일 "성장이 FRB의 전망보다 둔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FRB가 인플레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고용 촉진에 신경을 써야하겠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가) 인플레를 재연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최근 (FRB의) 딜레마"라고 인정했다.

FRB는 지난 주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치를 1.3-2.0%로 앞서 전망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제전문 컨설턴트인 카를 탄넨바움도 리서치 보고서에서 "지금의 소프트패치(경기상승 국면의 일시적 조정)를 벗어나 경기가 회복될 경우 FRB가 지체없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는 상황이 올 하반기에 오게될 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월까지의 한해 동안 4.3% 상승한 것으로 지난주 발표돼 월가에서 인플레 우려가 또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인플레'도 2.5% 상승해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