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ㆍ현대건설ㆍ하이닉스ㆍ대우조선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들이 대주주가 된 기업들의 지분 매각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국내외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은행들이 새 정부와 의견조율을 거친 뒤 본격적인 매각에 나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대어급 매물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SK네트웍스 지분 매각 연기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 채권단은 1분기 중 SK네트웍스 지분 중 일부를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형태로 처분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SK네트웍스의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와 UBS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과 워싱턴,홍콩,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한 기업설명회(IR)를 가진 뒤 2~3월 중 DR 전환 비율과 발행수량 가격 등을 결정할 방침이었다.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 지분을 쪼개파는 블록세일 방식으로 SK네트웍스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사업구조가 SK그룹과 깊게 연관돼 있어 경영권 인수 차원에서 채권단 지분을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없어 블록세일로 처분하는 물량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SK네트웍스가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채권단은 블록세일로 SK네트웍스 지분을 처분해 왔지만 여전히 SK네트웍스 전체 주식의 45%(약 1억1000만주)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1만7600원)로 환산하면 약 2조원어치에 해당한다.채권단 관계자는 "해외 DR발행과 블록세일 모두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SK네트웍스 지분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도 다소 지연될 듯

산업 외환 우리 등 채권은행들이 보유 중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의 매각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채권단은 이달 초 실무협의를 갖고 이르면 다음 달 중 현대건설의 매각 주간사를 선정,가급적 연내 현대건설의 주인찾아주기를 마무리짓는다는 일정표를 마련했다.채권단은 현대건설의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하이닉스의 M&A(인수합병)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하이닉스의 경우 이르면 내년 초께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이를 위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박해춘 우리은행장,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등 3개 은행 CEO(최고경영자)가 설연휴 후 모임을 갖는 방안이 추진됐었다.하지만 김 총재가 은행장 회동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회동이 무산됐다.산은 관계자는 "국가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매각작업을 정부와 협의없이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와 의견조율을 거치면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산은이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는 데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여ㆍ야가 20일 정부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극적으로 합의를 하긴 했지만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부처 조직 통폐합 등의 긴박한 현안이 많아 구조조정기업 매각방안에 대한 협의는 후순위를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한 은행 관계자는 "산은의 논의 상대가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인데 산은이 지금 당장은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계에선 이 때문에 현대건설 매각 주간사 선정이 빨라야 4∼5월이 될 것이며 매각작업 완료 시점도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박준동/정인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