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ㆍ무고 피해 각 2천만원 지급

회사의 `왕따 메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대기업 직원이 회사 대표와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1988년 LG전자에 입사해 내부 비리를 회사 감사실에 제보한 전력이 있는 정모씨는 과장 진급에서 누락되자 "비리 제보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강하게 반발하다 팀장과 실장 등 상급자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정씨는 얼마 뒤 명예퇴직 권고대상자로 선정되자 자신을 강제로 쫓아내려 한다며 반발하다 내근직으로 인사발령됐다.

이후 정씨 부서 실장이 팀 직원들에게 "정씨가 PC와 회사비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왕따 메일'을 보내자, 정씨는 구자홍 대표를 찾아가 자신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조사 끝에 실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나 종전의 팀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정씨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3개월 만에 업무수행 거부 등의 이유로 그를 징계해고했다.

2000년 1월 정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하면서 `왕따 메일'을 제출하고 이를 유포한 간부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오히려 정씨가 `왕따 메일'을 변조해 행사했다며 구 대표 등의 명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왕따 메일'을 유포한 간부는 법정에서 정씨가 메일을 작성해 행사한 것처럼 위증하다가 모해위증죄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이 선고됐고, 정씨는 사문서 위조ㆍ행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판결을 받은 뒤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2단독 이태수 판사는 정씨가 회사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우울증에 걸렸다며 구 대표와 당시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를 철저히 따돌리는 내용의 이메일을 다른 직원들에게 보내도록 지시하고 인격적인 모멸감을 들게 했으며, 원고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 내지 방치한 행위는 우울장애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3년이 지났다는 LG 측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들의 행위와 원고의 업무상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요양승인처분 취소 소송 판결이 2003년 8월 끝났고, 2006년 7월 원고가 소송을 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법원 민사항소5부(이성철 부장판사)도 최근 정씨가 회사 측의 무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구씨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