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조직문화의 전환 ③ 인재를 확보하라 <끝>
페덱스, 모든 직원에 자기개발비 年2500달러 지급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항은 밤 11시30분이 되면 '페덱스 공항'으로 바뀐다. 활주로에는 한 시간에 90대 꼴로 페덱스의 화물을 실은 비행기가 전 세계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온다. 200만개에 이르는 화물 분류와 적재,배송 등을 담당하는 8000여명의 직원들의 바쁜 몸놀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페덱스 허브'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흑인 히스패닉 등 중하위 계층.

서류 등 소화물 분류 작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팀 리더 샐리 헤이머에게 다가가 "일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묻자 손놀림을 멈추지 않은 채 "14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에게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힘들지만 여기서 일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과 다르다"고 답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페덱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라는 답변이었다.

페덱스에는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CEO가 된 성공신화가 수두룩하다. 사무직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배달직원에게까지 기회는 말 그대로 '공평하게' 주어진다. 지난해 1월 페덱스 그라운드(육송부문) CEO로 기용된 데이브 레브홀츠는 1976년 페덱스의 밀워키 지점에서 차를 닦고 물건을 나르던 비정규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데이비드 브론젝 전 페덱스 익스프레스 CEO도 1976년 배달직원으로 페덱스에 입사했지만 2004년에는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최고의 경영인에 뽑혔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외부 직원을 스카우트하기보다 내부 직원에게 충분한 교육과 승진 기회를 부여하는 'PSP 정책' 덕분이다. "직원들을 가장 먼저 고려할 때(People)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Service) 회사가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다(Profit)"는 창업주 프레데릭 스미스의 기업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모든 페덱스 직원은 연간 2500달러의 교육비를 회사에서 지원받아 마음껏 외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페덱스의 인사총괄담당자 주디 에지 부사장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21세에 페덱스의 고객 상담 콜센터 직원으로 입사했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해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는 일도 좀처럼 없다. 직원을 채용할 때 인종ㆍ성별ㆍ나이ㆍ종교ㆍ성적ㆍ취향 등을 아예 묻지 않는 것은 물론 만약 승진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조사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페덱스의 미국직원 21만2200여명 중 여성의 비중은 29%,인종 등을 고려한 '소수자(minority)' 비중은 41%(2006년 기준)에 이른다.

대신 일단 매니저(부장)급 이상의 간부로 승진한 이들에게는 혹독한 리더십 교육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에지 부사장은 "15년 전 매니저로 승진했을 때 법률지식부터 페덱스의 역사와 가치관,직원들을 관리하는 법,만족시키는 법,인사 평가방법 등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 주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교육이 이뤄졌는데,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초기 리더십 교육 후에도 2년마다 정기적으로 간부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직원들이 자신을 맡고 있는 간부의 리더십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SFA(Survey-Feedback-Action) 제도도 간부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에지 부사장은 "페덱스의 간부들은 강력한 검증과정을 거치며 단련된 리더들"이라며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만이 다시 내부의 유능한 인재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연간 10%가량의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운송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포천지와 컨설팅회사 헤이그룹은 페덱스를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회사 7위로 선정했다.

멤피스(미국)=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