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시즘ㆍ오리엔탈리즘ㆍ스포티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겨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패션의 관점에서 본 올해의 주목할만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로맨티시즘의 향연 = 올 봄의 유행을 위해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의 디자이너들이 지난 가을 일주일 간격으로 내놓은 컬렉션들은 패셔니스타(fashionista)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주도적이었던 미래주의와 미니멀리즘 경향은 여전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올 봄의 컬렉션 대부분은 봄기운이 완연한 알록달록한 캔디 칼라, 옐로우, 핑크, 화려한 꽃 프린트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발빠른 패셔니스타들은 현재 옷장을 가득 채운 블랙과 그레이, 에나멜 아이템들을 뜬금없이 화려한 색깔의 옷들로 바꿔야 할 지경이다.

화사한 프린트와 강조된 어깨(발렌시아가), 에스닉하고 화사한 프린트(드리스 반 노튼), 화려한 꽃 프린트(존 갈리아노), 캔디와 같은 칼라와 팝아트적인 컬렉션(루이뷔통) 등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화사함으로 올 봄의 유행을 선보였다.

꽃 프린트에서도 사실적인 프린트 보다는 60년대 팝아트적인 느낌의 프린트(크리스티앙 라크르와), 60년대 미니멀리즘의 프린트(클로에), 60년대 히피적인 느낌의 룩을 보헤미안 부르주아로 해석하는 등 전세계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올 봄의 유행경향은 이처럼 로맨티시즘의 분위기가 가득차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대두 = 보그 미국판에서 운영하는 스타일닷컴은 최근 올 봄 컬렉션에서 보여진 극동아시아 패션을 주제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를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에 응용하였다고 보도했다.

발렌시아가와 같은 전통적인 하우스에서부터 미우치아 프라다, 일본 기모노에 특별한 애정을 보인 안토니오 베라르디, 그리고 이상봉의 한글 칼리그래피와 매화 프린트, 요지 야마모토의 용 프린트,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존 갈리아노가 중국 치파오를 응용한 룩 등이 언급됐다.

이는 전세계 디자이너들이 아시아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는 증거이며, 전세계 패션 시장에서 '마켓'으로서의 아시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스포티즘 = 2008년에는 4년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행사와 '중국'이라는 화두가 패션에 있어서도 중요한 거시환경의 기회 요인이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 밀라노, 뉴욕의 하이패션을 통해 스포티즘이 크게 대두된 트렌드는 아니나 많은 기성복 업체들이 중국 올림픽을 즈음해서 스포티한 옷들을 많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전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에서 전세계 패션 브랜드들의 중요한 타깃 마켓이 되어간다는 점도 주목해볼 대목이다.

디자이너가 감성과 유행을 제시하는 최전선에 서 있는 직업이지만 수많은 트렌드를 취사선택하는 것은 옷을 입는 사람의 몫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유행 아이템을 무분별하게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에 맞는 스타일을 잘 믹스하고 매치해가는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올해 패션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기고했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얼마나 찾았는지 돌아보고 새해에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옷이란 바로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봉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