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대책없는 원전 건설 후유증 불보듯

28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25,26번째 원전으로 3호기는 2013년 9월,4호기는 2014년 9월 완공된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신고리 1,2호기는 2011년 준공되고 신월성 1,2호기도 2012년 공사가 끝난다.

게다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신울진 1,2호기 건설 계획이 잡혀 있다.

10년 내 적어도 8기의 원전이 추가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원전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인 데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 문제에서도 자유롭고 원료 수급이 월등히 안정적이어서다.

문제는 원전 건설에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폐기물 처리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은 경북 경주에 건설 중이지만 고준위 방사능을 지닌 '사용 후 핵연료' 대책은 아직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원전 내 보관 시설이 2016년이면 포화되는데도 정책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저장시설 포화 "시간이 없다"

국내에서는 현재 20기의 원전에서 연간 700t의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사용 후 핵연료는 9054t이 저장돼 전체 중간 저장시설 용량(1만2093t)의 74.8%를 채웠다.

저장 시설을 늘리지 않는다면 2016년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최종원 원자력연구원 고준위폐기물처분연구센터장은 "지금도 저장 공간의 간격을 좁혀 조밀 저장하거나 공간 여유가 있는 원자력 호기 간 이동시키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며 "사용 후 핵연료 대책 공론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국가에너지위원회 산하 갈등관리전문위원회에서 공론화 방법을 논의해 왔지만 아직 고준위 폐기물을 한 군데로 모아 저장할지,현재의 각 발전소 저장 시설을 증설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도 공론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구처분 대책 논의도 서둘러야"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 포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지만 중간저장 단계 이후의 영구처분 대책 논의에는 소극적이다.

우선 시급한 중간 저장시설 문제를 해결한 다음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 대책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나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영구처분 대책을 한참 후의 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늦을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갈등 수준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은 지질 구조를 제대로 분석해야 하는 등 부지 조사에만 20년이나 걸린다.

특히 외국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 대책이 얼마나 늦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1982년 핵폐기물 정책법을 제정,20년 만에 네바다주 유카산을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으로 확정했다.

일본 스웨덴 등도 30~40년 전부터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에 대한 정책을 세우고 법제화를 거쳐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 등 방폐물 관리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을 이제야 논의하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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