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일본 요리와 일본 술인 '사케'를 파는 '이자카야(居酒屋)'가 유행이다.

호텔의 스시바 등 전문 일본식 레스토랑이 고급 음식점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지만,최근 '일드(일본 드라마)' 붐 등을 타고 보다 일본색이 짙은 '이자카야'가 국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자카야'란 무엇일까.

일본 식당은 보통 3등급으로 분류한다.

소위 '료테'(料亭)라고 부르는 '요정'은 정치인들이 막후 정치를 펼쳤던 곳이다.

그 다음 단계로 '갑보'(割烹)라고 불리는 고급 요리집이 있다.

'료테'나 '갑보'는 비즈니스 접대를 위한 식당이었다.

반면 노동자들은 '가쿠우치'(角打ち)라는 '선술집'을 다녔다.

일본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접대문화가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실용적인 접대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등장한 것이 '이자카야'였다.

이자카야는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선술집에 가까운 모습을 띠기도 하고 '갑보'나 '료테'처럼 고급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자카야도 있다.

요리는 회(사시미)를 기본으로 하고 조림(니모노),구이(야키모노),튀김(아게모노)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 음식은 미세한 차이를 즐기는데 묘미가 있다.

회도 어떻게 썰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심지어 주방장 손의 온도에 따라 미각의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회덮밥처럼 초고추장에 비벼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맛을 느끼는 한국의 식도락 문화와는 접근부터 다르다.

이들 음식은 술(사케)과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진다.

청주라고 부르는 '니혼슈(日本酒)'는 와인처럼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과 향도 천차만별이다.

일본 각지의 2000여곳에서 사케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구보다'(久保田)나 '핫카이산'(八海山) 등은 상당한 인지도를 구축했다.

사케는 일단 쌀을 얼마나 정미했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정미했다는 말은 쌀의 겉을 얼마나 깎았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최소 절반인 50% 이하를 정미하면 다이긴죠(大

釀)라는 이름이 붙고 60% 이하를 정미할 경우 긴죠( 釀),70% 이하는 그냥 슈(酒)라고 한다.

쌀과 누룩으로 만든 것은 준마이(純米)슈 타입이라고 하고 양조 알코올을 첨가할 경우 혼죠조(本釀造) 타입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의 '사케전문바'라 할 수 있는 롯데호텔 모모야마(02-317-7031)의 '사케전문가' 이미향 캡틴은 "알코올이 들어갔다고 해서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알코올은 쌀과 곡물을 발효시킨 것으로 화학첨가물이 아니다. 오히려 더 편하게 마시게 하거나 과일등의 향을 첨가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미세한 음식과 술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제대로 된 '이자카야'를 소개한다.

◆다이도코로(02-792-7000)=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앞에 있다.

상호 '다이도코로'는 우리말로 '부엌'을 뜻한다.

사장 겸 주방장인 재일동포 박정순씨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해먹던 음식들을 내놓는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급스런 이자카야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재료도 최상급만을 사용한다.

10만원짜리 코스는 자연산 활어와 한우로 다양한 요리를 내준다.

먼저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음식(여기서는 '오토시'라고 한다)으로 죽을 준다.

이어 자연산 광어 도미 피조개 새우 등이 제공되고 이어 전복 튀김과 게요리가 나온다.

다음으로 한우를 샤브샤브해서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단품 메뉴로 초밥틀에 넣어서 두툼하게 만든 직사각형 '고등어 초밥',고로케,각종 생선조림,스키야키 등을 다양하게 택할 수 있다.

점심 메뉴로 '요세나베'코스(3만원)도 추천할 만하다.

죽과 문어초무침,미역냉국 등으로 입맛을 돋운 뒤 회가 서비스되고 '나베'(냄비)요리가 나온다.

'나베'에는 새우 조개 굴 등 해산물과 버섯 두부 등 야채에 직접 우려낸 가쓰오부시 국물을 붓는다.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나중에는 우동 사리를 넣어서 먹는다.

우나메시는 밥 위에 올려진 장어를 비벼 먹은 다음 오차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장어를 오차에 말아 먹는 것이 낯설지만 맛나다.

◆아지겐(02-790-8177)=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동부이촌동에 있다.

두부를 튀긴 '아게다시도후'(8000원)는 가쓰오부시 국물에 무 간 것과 파를 채썰어 올렸다.

알맞게 익힌 두부를 젓가락으로 가르면 양념이 배어들어 적당히 간이 맞는다.

닭튀김 요리인 '가라아게'(1만원)는 겉을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 나온다.

일본 라멘도 판다.

된장으로 만든 '미소라멘'(8500원),돼지고기(차슈)가 들어간 '차슈라멘'(1만원),소금야채 라멘(9000원) 등이 있다.

덮밥(돈부리)은 닭고기와 계란으로 만든 '오야꼬동'(9000원),연어알덮밥(1만3000원) 등이 있다.

◆쯔꾸시(02-755-1213)=용산구 남영동에 있다.

사케와 일본 요리를 즐기려는 단골들이 많은 곳이다.

다른 곳보다 튀김 요리가 강한 편이다.

돈가스 모둠을 시키면 여러 튀김을 맛볼 수 있다.

고로케도 잘한다.

중화요리라는 것도 있는데 돈가스에 중화풍 소스를 얹어서 내준다.

숙주나물과 표고버섯을 불맛이 나게 잘 볶아서 녹말소스로 마무리했다.

향긋하면서도 톡쏘는 느낌이 난다.

점심에는 간단한 안주 외에는 식사메뉴만 판다.

초밥과 회,튀김,생선구이 등이 든 도시락(2만원),해물이 든 '하얀 짬뽕'(9000원),우동을 곁들인 덮밥 '가쯔동'(8000원) 등을 먹을 수 있다.

글=한은구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