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가 핵심 경쟁력이다."

존 스튜터드 런던 금융시장(Lord Mayor of the City of London)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드 메이어'라고 불리는 런던의 금융시장(市長)은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을 대표하는 자리다.

런던시의 금융과 재정업무를 담당하며 임기는 1년.현 스튜터드 시장은 679대 '로드 메이어'로 작년 11월10일 임명됐다.

런던의 금융경쟁력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에 온 스튜터드 시장은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980년대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가 대대적인 금융개혁을 단행한 것이 지금의 '시티 오브 런던'을 만든 원동력"이라며 "한국도 금융허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은 최근 뉴욕을 앞지르며 다시 금융메카로 부상하고 있다.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외환과 파생상품 부문에서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최근엔 기업공개(IPO) 부문에서도 뉴욕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현대자동차와 KT 등 12개 한국 기업도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다.

올해 안에 두세 개 기업이 추가로 기업공개를 할 예정이다.

스튜터드 시장은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외국 기업은 70여개국 760개에 달한다"며 "진정한 글로벌 시장은 뉴욕이 아니라 런던"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이 뉴욕을 앞서나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사베인스와 옥슬리 의원 덕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스튜터드 시장은 "뉴욕 우편함에서는 갑자기 법정에 출두하라는 명령서가 나올 수 있지만 런던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한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인해 런던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완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사베인스-옥슬리법은 엔론 월드콤 등 대형 부정회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기업 회계와 재무보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2002년 제정한 법이다.

정식 명칭은 '상장기업 회계개혁 및 투자가보호법'이지만 법안을 제출한 폴 사베인스 상원의원과 마이클 G 옥슬리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사베인스-옥슬리법'이라고 부른다.

스튜터드 시장은 금융 규제 완화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금융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금융허브의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는 금융 인력만 100만명에 달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변호사 회계사 애널리스트 등의 전문가그룹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튜터드 시장은 "런던에서는 언제라도 김치를 먹을 수 있다"며 "런던 금융 전문가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은 이런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