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제품이나 마케팅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죠. '아! 그거 나도 생각하고 있던 건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즉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최근 마케팅 업그레이드로 주목받고 있는 최명화 LG전자 인사이트마케팅 팀장(상무)은 6일 '고객 인사이트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초 남용 부회장 취임 후 LG전자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 지난 4월 경영전략컨설팅펌인 맥킨지에서 7년 동안 마케팅 컨설팅을 수행한 최 상무를 영입한 것도 '인사이트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확신에서였다.

최 상무는 "LG전자의 모든 직원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있지만,개인의 아이디어로 남아있을 뿐 이를 제대로 검증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조직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게 인사이트마케팅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 상무에 따르면 고객에 대한 이해는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한 시장조사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중국 휴대폰 사업은 왜 기대에 못 미칠까'와 같은 문제에 대해 '가격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 때문'이라는 등의 몇 가지 가설을 세운 후 여러 기법을 동원,리서치를 실시한다. 가정을 방문하고,매장 직원을 붙잡고 구매도 해보고,고객 좌담회도 개최하는 식이다.

"그동안 아이디어가 아이디어에 그쳤던 건 조직문화 때문이 아니라 정확한 팩트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는 숫자와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힘을 얻죠. 물론 조사는 정확한 방법론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잘못된 숫자는 조직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죠.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경험에 의존하는 게 낫습니다."

그 다음 작업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도출해 내는 것. 고객들은 물건을 살 때 무의식적으로 기능,디자인,브랜드,가격 등 네 가지를 따지게 된다. 이 중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을,유럽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더 중시한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에게 가장 알맞은 배합의 제품을 개발,마케팅을 해야 한다.

최 상무는 "예를 들어 나이 많은 소비자들은 기능이 많은 휴대폰보다는 키패드가 크고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한다"며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겨냥해 만든 것이 LG전자의 와인폰"이라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체계화시키고,조직원들의 인사이트 마케팅을 돕는 게 나의 역할"이라며 "특히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해외 법인들의 인사이트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인사이트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최 상무는 이미 각 사업본부에 인사이트마케팅그룹을 신설하고,해외 법인에도 현지 마케팅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있다.

고려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텍에서 소비자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딴 최 상무는 호텔신라와 맥킨지 등을 거쳐 지난 4월 LG전자에 입사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