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정책 선언… 세계 에너지기업들 앞다퉈 진출

중앙아시아 자원대국 투르크메니스탄에 전 세계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인접국가인 러시아는 물론 중국 미국 유럽 등의 기업들이 투르크메니스탄 투자에 나섰고 최근엔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가세했다. 이들 기업의 목표는 하나. 풍부한 천연가스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극단적인 고립정책을 고수하던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최근 들어 대외 개방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각국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지만 지금까진 외국 기업들의 관심권 밖이었다. 중앙아시아의 대표적 독재자였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이 외국 자본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 그러나 작년 12월 니야조프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숨진 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가 올해 새 대통령에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천연가스를 무기로 적극적인 외자유치에 나섰다. 첫 상대는 러시아. 작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러시아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매년 900억㎡의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에 자극받은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는 지난 7월 투르크메니스탄과 협정을 통해 매년 300억㎡의 천연가스를 들여 오기로 합의했다. 페트로차이나는 전날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상하이를 연결하는 7000km 길이의 제2기 서기동수 가스관 건설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카스피해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이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170만달러짜리 조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크리스토프 반 아지트 연구원은 "베르디무함메도프의 개방정책이 바른 방향이긴 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나라와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