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으로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집값마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시장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가능하면 시장이 스스로 정상화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7월 111.9에서 8월엔 105.0으로 하락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대형 피해를 입힌 직후인 2005년 9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또 8월 소비자신뢰지수 105.0은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비수준을 나타낸다.

따라서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했다는 것은 소비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성장률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 2에 이른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것도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다.

상황이 나아질 경우 소비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장기화와 주가하락까지 겹치다보니 소비심리가 단기간 내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주택경기 침체와 주가하락 등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자산 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S&P는 이날 미국의 2분기 주택가격이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S&P가 산출하는 2분기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는 183.89.지난해 동기에 비해 3.2%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률은 S&P가 이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난 2분기엔 서브프라임 파문이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파문이 반영되는 3분기엔 집값 하락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관심은 과연 경기 침체(recession)로 이어질지 여부다.

현재로선 침체로까지 연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물경제에 대한 파장이 아직은 크지 않은데다 FRB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FRB는 지난 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을 변경(기준금리 인하)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서 나타났다.

FOMC는 당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며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시장이 FRB의 개입없이 정상화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FRB는 금융시장 혼란이 성장에 영향을 줄 경우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다음 달 18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상당한 상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