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자금이 브라질 석유산업 밑거름

상파울루 日축제땐 수만명 '자팡(Japaoㆍ일본)' 연호

'카니발의 나라'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는 지난달 20~22일 이색적인 축제가 열렸다.

일본 대사관과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공동 주최하고 도요타·혼다·닛산 등이 후원한 '일본 축제(Festival do Japao)'.일본 전통극 공연과 샤미센(세 줄짜리 전통 현악기) 연주,스시·다도(茶道)·가라테 등 문화를 소개하는 각종 강좌에 인파가 몰렸다.

매년 7월 상파울루 시민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물 행사로 자리잡은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도심 남쪽 리베르다지(Liberdade)의 일본인 거리에서 열린 퍼레이드.수만명의 상파울루 시민들이 참가해 '자팡(Japao·일본)'을 연호했다.

브라질 유전개발 초기 자금,일본이 지원

JETRO 상파울루 사무소의 오이와 레이(大岩玲) 경제조사국장은 "브라질은 일본의 해외 이민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로 100여만명의 교민이 각계에 뿌리를 내린 곳"이라며 "자동차·전자·화학·생활용품·종합상사 등 기업들도 50여년 전부터 성공적으로 진출해 해외에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확고한 나라"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일본은 지구 정반대편에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는 가장 멀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거리는 이웃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에 못지 않다.

상파울루 산업연맹의 마우리세 코스틴 부회장은 "브라질이 1988년과 1999년 두 차례나 국가부도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친 나라가 일본"이라며 "세계 톱클래스에 오른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도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없었으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브라스가 국가 부도 직후 심해유전 기술 개발에 착수했을 당시 도멘상사와 닛쇼이와이 등 일본 종합상사들이 자국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기 자금을 전액 지원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처럼 브라질의 경제·사회·문화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브라질 내부를 속속들이 꿰뚫고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들이 '마음먹고 달려드는' 분야에서는 경쟁할 상대가 없는 건 당연하다.

일본 상품의 브라질 수입시장 점유율은 4% 안팎으로 미국 중국 아르헨티나 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혼다(오토바이)·아지노모토(식료품)·오지(王子)제지·신일본제철 등 깊숙이 현지화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줄잡아 100여곳에 이른다.

"단순 투자·수출 위주 국가들과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JETRO 오이와 국장).

아르헨 정부의 경제 멘토,'오키타 재단'

남미 양대 강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더 가공할 정도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본부를 둔 '오키타 재단(Fundacion OKita)'.일본 재계가 공동 출연해 1991년 설립된 이 재단은 얼마 전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청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발전에 관한 연구(Estudio Sobre el Desarrollo Economico de la Republica Argentina)'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취약한 제조업 육성과 수출·투자 활성화 등 이 나라 경제의 현안과 과제 전반을 다룬 일종의 백서.아르헨티나 정부의 경제재건정책 토대를 이룬 건 물론이다.

JETRO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무소의 시다라 다카히로(設樂隆裕) 소장은 "오키타 재단에는 아르헨티나의 현직 장관들도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며 "현지 국책연구기관 못지 않은 전문적 연구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무한한 자원 등을 바탕으로 본격 도약을 시작할 경우 일본 기업들이 두고두고 그 과실을 나눠가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상파울루ㆍ부에노스아이레스=글·사진 이학영 생활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