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에 따라 패닉(공포)상태는 누그러졌지만 불안심리는 계속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가속화되면서 3개월만기 국채 수익률은 18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 최대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이 직원을 감축키로 하는 등 모기지회사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2%와 0.14% 오르고 S&P500지수는 0.03% 내리는 등 주식시장은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FRB가 지난 17일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하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된 덕분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뉴욕증시에 팽배하던 패닉 현상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그렇지만 불안감은 계속돼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날 3개월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7%포인트 하락한 연 3.05%에 마감됐다.

이는 1989년 1월 이후 18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3개월짜리 국채 수익률은 지난 13일만해도 연 4.69%에 달했으나 5일 만에 1.64%포인트 떨어졌다.

1개월만기 국채 수익률도 0.61%포인트 하락한 연 2.35%를 기록하는 등 장단기 국채수익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처럼 국채수익률이 급락(채권값 상승)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에 따라 일반 채권에 대한 불신과 기피현상으로 국채 매입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단기자산에 투자하는 MMF(머니마켓펀드)가 기업어음(CP)을 팔고 단기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이 단기금리 하락을 부채질했다.

피델리티 관계자는 "최근 MMF에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이 편입돼 있는지를 묻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러다보니 금리가 낮지만 안전한 국채로 자산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근본적인 불안감마저 제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지회사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산 우려가 제기됐던 미국 최대의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비용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줄이기로 했다.

컨트리와이드는 이날 신용도가 중간등급인 알트-에이(Alt-A)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고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또 신용카드 회사인 캐피털 원은 이날 모기지 사업부문을 청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캐피털 원은 모기지 사업을 하는 '그린 포인트 모기지' 사업부의 영업을 중단하고 31개 사업소를 폐쇄키로 했다.

사업부에 소속된 1900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프라임(우량) 모기지 업체인 소른버그 모기지도 이날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205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매각했다.

소른버그는 이로 인해 3분기에 9억3000만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오미 고지 일본 재무상과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신용경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또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폴슨 장관은 21일 오전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은행위원장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