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많은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가 중앙아시아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교민과 주재원이 4000명을 웃돌고 11만명에 달하는 고려인의 존재도 한국의 위세를 강화하는 데 한몫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알마티국립대 카자흐국립대 알마티세계언어대 등 3개나 된다.

반면 일본인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박성호 전 KOTRA 알마티 관장은 알마티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100명 남짓일 것으로 추정했다.

자원의 보고로 부각되기 전까지는 이 지역 공략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중앙아시아,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급성장하자 일본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인처럼 붐을 타고 떠들썩하게 몰려드는 양상이 아니라 조용히 실속을 차리며 세력을 확대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카자흐스탄에서 현대차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렉서스는 거리에 널려있다.

가전 시장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2~3년 전만 해도 한국산 가전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일본제품의 공격에 밀려 50%대로 떨어졌다는 게 삼성전자 알마티 법인의 분석이다.

또 일본 기업들은 신수도인 아스타나에서 도로와 교량을 건설해 주는 대가로 엄청난 부지를 장기 임대받았다.

조만간 도요타자동차와 관련 부품공장이 진출할 것이라는 게 현지에서 아파트를 건설 중인 동일하이빌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앙아시아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한 뒤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에 대한 접근도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일본 스미토모와 도쿄전력 컨소시엄은 16만t 규모의 우라늄광산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카자흐 정부가 요구한 중수로용 변환우라늄 제조 콤비나트와 원자력원료(팰릿) 공장 건설을 모두 수용했다(김남원 대한광업진흥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팰릿의 국산화를 이유로 부제노브스코예 우라늄 광산 합작을 포기한 우리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일본의 대표적 자원 관련 기구인 JOGMEC와 미쓰비시 등이 합작 설립한 인펙스가 중국을 따돌리고 최대 유전인 카샤간의 지분 8.33%를 인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군이 없는 이란과 협력,우회적으로 카스피해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