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서 여행 가방이 나오길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대형 스크린 광고판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짐을 싣는 모든 카트에는 LG전자 로고가 붙어 있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중앙아시아에서 유통되는 소비제품의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이지만 가전분야는 아직도 한국산이 5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이 시장을 등한시한 1990년대 후반부터 LG 대우 삼성 브랜드가 파고 든 결과다.

특히 LG전자는 1998년 알마티에 TV와 세탁기 생산공장을 세웠다.

덕분에 최대 백화점인 쭘은 LG 광고판으로 뒤덮여 있으며 인근 번화가는 LG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에서 일본 소니보다 한국산 가전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은 유일한 지역인지도 모른다.

변동승 LG전자 알마티법인장은 "세탁기 TV 휴대폰에 대한 LG브랜드 인지도가 85%에 달한다"고 전했다.

술팍 테크노돔 플라네따 등 카자흐스탄 3대 가전 유통업체의 오너가 고려인인 것도 한국 가전의 강세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보다 긍정적인 점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가품 판매 비중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LG전자의 경우 평면 TV와 LCD TV의 판매 비중이 현재 70대 30이나 조만간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소득이 높아지면 비싼 가전과 좋은 차를 찾게 된다"며 "중앙아시아의 고급 가전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20~25%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문제는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은 지금,현지에 확실히 뿌리내린 소비제품은 가전뿐 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현지 진출 경쟁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는 독일과 중국산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현지 최대 유통업자와 손잡고 시장 공략을 시작했으나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앙아시아는 한국과 거리가 먼 데다 해로를 통한 접근이 여의치 않은 지정학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오일머니를 무기로 새롭게 부상한 이 시장을 놓치기는 아까운 것 또한 사실이다.

중앙아시아 정부가 요청하는'제조업의 현지화'에 빨리 화답하는 게 그 해답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