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민의 뜻인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법치주의를 구현하지 못하며 사회 갈등만 조장해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이다.

조 회장은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전경련 주최 '2007 제주 하계포럼'에서 '미래 한국 비전과 차기 지도자에게 드리는 제언'이라는 특별 강연을 통해 기업인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강한 어조로 "정치가들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며 조목조목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며 "국민의 뜻인 시장 원리를 존중하고 경제 제일주의 정치를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조 회장은 "베트남과 프랑스에 가 보니 신문 1면이 온통 경제 이야기인데 한국에 돌아오니 서로 비방하고 탈당과 합당을 반복하는 정치 이야기뿐"이라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잘살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국민이 정치를 믿지 못해서 이랜드 사태,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가 생기고 잡겠다던 집값은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을 잊고 자기네들 위주로 행정을 한다.

국민을 어린애 취급해 여기저기에 개입한다"며 "정치는 하인이고 우리가 주인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정치권을 나무랐다.

그는 특히 "시장이 바로 국민의 뜻인데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이랜드 사태를 들었다.

소수 정파나 일부 이해집단의 목소리만 듣다 보니 기업뿐 아니라 당사자들도 반대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다는 것.조 회장은 "물가와 원자재가는 오르고 환율은 내려가니 마지못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라며 "기업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30년 전부터 규제해 왔는데 오히려 수도권 인구는 늘었고 기업들은 지방이 아닌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이것도 국민(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어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이슈에만 신경 쓰다 보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같은 이해하지 못할 (반시장적) 정책이 나온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 회장은 또 "법과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어야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고 안심하고 투자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법치주의 확립을 주문했다.

그는 "수입 쇠고기를 판매하는 데 난입해서 소동을 벌이고,이랜드 매장을 점거해서 농성하는 것은 명백한 영업 방해"라며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아 손해 보는 게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정치권이 본을 보여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선거만 끝나면 부정 선거로 끌려들어가고,그러면 그만둬야 하는데 재판이 안 끝났다고 임기를 채운다"며 "기업인들에게만 정도 경영을 강조하지 말고 정도 정치부터 하라"고 역설했다.

조 회장은 "이제는 기업과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나라와 나라의 경쟁"이라며 정치권이 사회 통합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재계에 대해서 안 좋게 얘기하고 자본을 매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우리나라는 생산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이 라인에서 저 라인으로 옮기려면 노조에 물어봐야 한다"면서 "노사가 화합해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 제일주의에 입각한 경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