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초대형 영·미계 로펌이 국내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또 외국변호사가 국내에서 법률자문을 하기 위해선 '변호사' 대신 '자문사'로 직함을 바꾸어야 한다.

법무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 첫 단계로 이 같은 내용의 '외국법자문사법'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했다.

◆변호사 아닌 자문사로 활동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와 법률시장 개방 조약을 체결한 국가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국내에서 '○○변호사' 대신 '○○법자문사'라는 명칭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 범위는 자신이 자격증을 취득한 국가의 법령에 관한 자문과 국제중재사건 대리 업무 등에 한정된다.

국내법과 관련된 업무는 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현지 법조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으면 국내에서 '외국법자문사'라는 이름으로 해당 국가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제정안이 법률 서비스의 경쟁력 제고와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외국법자문사는 해당 국가에서 3년 이상의 법조 직무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있는 내국인 외국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 중 상당수는 자격 취득 후 곧바로 국내 기업이나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한국계 외국변호사들이 국내 기업 및 로펌에서 일한 기간의 일부를 향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 시 직무경력 기간으로 인정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내부적으로 이 기간의 인정 범위를 최대 1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외국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외국 로펌,국내에 사무소 개설 가능

국내 변호사이면서 외국법자문사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국내법을 다루면서 외국법자문사로 동시에 활동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 변호사 자격을 이용해 불법적인 제휴 및 동업이 성행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국제법무과 박은석 과장은 "국내변호사의 경우 지금도 외국법 자문을 하는 데 큰 제한이 없어 굳이 외국법자문사라는 명칭을 얻는 게 별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이 조항은 향후 2~3단계 법률시장 개방이 진행되면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법자문사는 연간 국내에서 180일(6개월) 이상 활동해야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최소 6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국내에서 일해야 한다.

국내에 사무소를 설치하려는 외국 로펌은 해당 국가에서 설립 후 5년 이상 정상적으로 운영된 곳이어야 하며 국내 사무소는 2개 이상 설치할 수 없다.

법무부는 법률시장 개방을 위한 2단계 조치로 향후 2년 안에 외국법자문사무소와 국내 로펌 간의 업무 제휴를,최종 3단계 조치로 5년 안에 합작 사업체 설립을 순차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미국처럼 우리나라와 법률시장 개방 조약을 체결한 나라에만 한정 적용되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도하개발아젠다(DDA),한ㆍEU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면 자동적으로 상대국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 가을 정기국회에 이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