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대우증권을 상당 기간 산업은행 자회사로 두도록 용인한 이유를 "대우증권과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를 합쳐 선도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더라도 민간 금융회사가 발빠른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국책은행이 앞서 시장을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두 회사의 조합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도 감안됐다.



◆"대우증권을 투자은행으로"

재경부는 앞으로도 한동안 산업은행이 정책금융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사회 개발,지식서비스산업 지원 등의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론 동북아 역내 개발 수요가 있다고 재경부는 밝히고 있다.

특히 '동북아 역내 개발'이란 문구가 통일 후 북한 개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재경부가 산업은행의 기능을 수십년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감사원이 지난해 9월 권고한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현단계 불가'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오히려 자본시장 육성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우증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증권은 시가총액이 6조4300억원(6일 종가 기준)인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로 기업금융 기업공개 주식매매 분야에서 수위를 기록해왔다.

산은은 2005년 파생상품 거래와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실적 1위를 차지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주선 실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위를 기록할 정도여서 실질적으로 외국계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정부는 따라서 두 회사의 IB 부문을 합칠 경우 가장 강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들의 변신만으로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두 회사의 기능을 합쳐 '조생종 IB'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정책금융에 '올인'

대우증권을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절차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산은과 대우증권의 시장 마찰(업무 충돌)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산은은 3~5년간 '단기 수도권 담보대출' 등의 업무를 축소하거나 자회사에 이관하기로 했다.

산은 고유의 정책금융 업무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투자본부를 신설하고,조직 및 인력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2단계에선 산은의 IB 업무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한다.

재경부는 대우증권에 넘겨줄 산은의 IB 업무를 △우량 회사채 주선 △M&A △사모투자펀드(PEF) △주식파생상품 등으로 열거했다.

재경부는 3단계에서 대우증권에 대한 민간투자 확대 또는 대우증권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때 대우증권의 투자은행 역량 제고 등을 종합 판단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감사원이 요구한 산은캐피탈과 산은자산운용에 대해서도 매각 불가 방침을 정했다.

이 두 회사 중 산은자산운용은 나중에 대우증권으로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산은의 경영 간섭 원천 봉쇄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산은이 대우증권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을 막고 자회사와 관련된 주요 정책은 자회사경영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외부전문가,산은 부총재,사외이사,자회사 최고경영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발표 내용에 상세 추진 일정은 빠져 있다.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타 부처 장·차관들은 1단계에서 시장 마찰 해소 기간 3~5년이 너무 길고,3단계에서 민간투자가 확대되는 시기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차관보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8월 중순까지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연/박해영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