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보복가해 법치주의 근본 흔든 사안"…내달 2일 선고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 회장 등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은 대기업 회장의 지위를 바탕으로 사적인 보복을 가해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든 사안"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끌려다니며 고통을 당했고 향후 겪을 후유증까지 감안하면 피고인의 중형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합의가 된 점, 김 회장은 아들이 다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구형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함께 구속기소된 진모 경호과장과 폭행 가담자를 동원한 협력업체 대표 김모씨, 폭행에 가담한 권투선수 출신 청담동 유흥업소 사장 장모씨 등에게는 징역 1년씩을 각각 구형했다.

김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경솔한 판단과 행동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고 경제인과 한화그룹 임직원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다른 피고인들을 용서하시고 모든 책임과 형벌을 제게 국한시켜 주신다면 어떤 판결도 달갑게 받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과를 받으러 간 자리에서 실제 가해자가 나오지 않자 우발적으로 흥분해 범행한 것이므로 관용을 베풀어 달라"며 "한화가 해외사업으로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 선고기일 전이라도 보석 석방해 피고인이 지친 몸을 회복할 기회를 주실 것을 바란다"고 변론했다.

앞서 검찰은 뒤늦게 신원이 확인된 이 사건 피해자 조모씨를 추가조사해 김 회장 등으로부터 맞아 목이 다친 점을 확인하고 조씨를 폭행 피해자가 아닌 상해 피해자로 고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이른바 `알바 피해자'로 동원됐던 조씨 등 4명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이들은 김 회장이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모습을 봤고 전기충격기를 자신들의 몸에 갖다 대기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측은 충북ㆍ충남 도지사 및 충청 향우회 등에서 김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와 피해자 합의금이 한화그룹 김모 감사(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 등에게 전달된 경위에 관한 한화 김모 상무의 진술서를 양형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김 상무는 진술서에서 "김 감사와 조폭 두목 오모씨 등에게 피해자 합의금으로 거액을 줬는데 이들이 피해자와 접촉하지 않고 이른바 `배달사고'를 냈기 때문에 한화측은 이 사실을 검찰에 신고했고 김 회장도 옥중에서 `내부 감찰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2일 오전 10시에 이 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