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믿음 갖고 보유" "10~15년간 팔지 않겠다"

중국정부 이제는 '증시 달래기'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식을 보유해라."(우샤오링 중국인민은행 부행장) "앞으로 10~15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가오시칭 사회안전기금 이사장)

중국 고위관리들이 증권시장에 잇따라 우호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말 전격적으로 거래세를 인상,증시를 고꾸라뜨렸던 것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최근 거래일 기준 나흘간 주가가 16% 이상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 조짐이 나타나자 거꾸로 시장을 달래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다독여 폭락이 또 다른 폭락을 불러오는 악순환 고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7일 중국 증시가 강보합세로 출발하자 AP통신 등은 "관리들의 도움으로 증시가 상승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우샤오링 부행장은 전날 "정부가 원하는 것은 주가 하락이 아니라 시장의 건강한 발전"이라며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겠지만 중국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오시칭 이사장은 두 달 전 "버블이 너무 극심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말했던 것을 뒤집어 10년 넘게 장기보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증권당국은 전날 4개의 뮤추얼펀드 발매를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시장에 팽배한 불안심리를 없애자는 데 있다.

특히 정부가 거래세 인상은 없다고 한 지 일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거래세를 올린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가뜩이나 버블론으로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뒤통수를 맞아 막심한 손해를 봤다는 것.언제 또 다른 증시정책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시장 신규 진입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중국정부 이제는 '증시 달래기'
거래세 인상 전날인 지난달 28일 펀드 가입자를 포함해 45만5111개에 달했던 신규계좌 개설 수는 지난 5일엔 18만9056개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내국인 전용인 A주시장 신규계좌 역시 같은 기간 38만5302개에서 16만2190개로 감소했다.

중국 증시가 그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끊임없는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상승했던 점에 비춰보면 중국 증시로선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온 국민이 주식시장에 올인함으로써 열기가 뜨거워진 '카지노 증시'를 그냥 둘 수도 없고,손을 대자니 폭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는 것.우샤오링 부행장이 "단기 등락에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다면 틀림없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에는 이런 고충이 숨어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 정부가 시장의 안전판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전용의 B시장과 내국인 전용의 A시장의 통합이나 연기금 보험 등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건전한 투자 세력을 확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상하이지점 최정희 과장은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건전한 투자 세력을 형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03% 오른 3890.8로 마감됐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