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폭행 과정에서 쇠 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하고, 폭행에 동원됐다 캐나다로 도피한 조폭 두목에게 1억여원의 김 회장 개인 돈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서범정 부장검사)는 5일 김 회장과 진모 경호과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로써 지난달 1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26일간 남대문서 유치장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김 회장은 법정에서 유ㆍ무죄와 형량이 가려지게 됐다.

검찰은 또 폭행 가담자를 동원한 협력업체 대표 김모씨와 폭행에 가담한 권투선수 출신 청담동 유흥업소 사장 장모씨 등 3명은 불구속기소하고, 직접 폭력을 휘두른 경호원과 협력업체 직원, 클럽 종업원 등 7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됐던 김 회장의 차남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한데다 본인도 피해자이고 아버지가 구속기소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하는 등 가담 정도가 경미한 7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회장 일행에게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때 적용했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5개 혐의(집단 흉기 상해, 집단 흉기 폭행, 공동상해, 공동폭행,공동감금) 및 업무방해죄를 그대로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아울러 비서실장 김모씨가 사건 직후부터 4월 초까지 김 회장의 개인 자금 1억1천만원을 현금으로 한화리조트 감사 김모씨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맘보파 두목 오모씨에게 지급한 것을 확인하고, 김 회장이 자금 제공을 직접 지시했거나 나중에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와 오씨의 캐나다 도피 경위, 도피자금 제공 진위 등에 대해서는 관련자 6명에 대한 사법처리를 미루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해당 자금이 지출된 사실을 김 회장이 몰랐다고 부인하는 것은 물론 주변 인물들도 그렇게 진술을 하고 있어 계속 수사 중"이라며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아직은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월8일 오전 김 회장의 차남이 청담동 한 주점에서 다른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시비가 붙어 계단으로 굴러 전치2주의 상처를 입은 사실을 진 과장이 알고 같은 날 오전 장씨에게, 비서실장 김씨는 한화리조트 감사 김씨에게, 김씨가 다시 오씨에게 연락해 이날 오후 8시께 주점에 종업원들을 불러모으자 김 회장이 사건 경위를 보고 받고 현장에 나가 폭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차남이 폭행 당한 사실과 진 과장 등이 폭력배 등을 모아 사건을 수습하려 한 과정 등을 처음부터 알지 못했으며 나중에 보고를 받고 우발적으로 현장에 나갔고, 이들 종업원을 승합차에 감금한 뒤 청계산 공사장으로 데려가 수차례 집단 폭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특히 피해자와 신고자 진술, 112 신고내용 등을 종합할 때 김 회장이 쇠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폭행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통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수사 및 외압 의혹 수사에 집중해 다음 주부터 수사의뢰된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또 당시 수사 라인인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과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 관련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부적절한 외압ㆍ개입' 의혹으로 최근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유시왕 한화그룹 고문, 이택순 경찰청장 등도 통신사실 조회 등을 통해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