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근로자 비중은 9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어서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로 평가받는 상용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또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의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근로 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근로자의 비중은 9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 양적인 면에서는 미흡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아 질의 개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취업자 수는 2천284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만4천명 늘어났다.

이런 증가 규모는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 30만명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분기별로 2005년 1.4분기의 14만2천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4분기의 취업자를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가 840만4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36.8%를 차지했다.

지난 분기의 상용근로자 비중은 1996년 1.4분기의 37.3% 이후 가장 높다.

이는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한때 20% 후반대까지 떨어졌던 상용근로자들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계약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임시근로자는 516만3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22.6%를 차지해 2004년 2.4분기의 2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일용근로자(207만5천명)의 비중은 9.1%로 1998년 3.4분기의 8.8% 이후 가장 낮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 가족종사자(130만4천명)의 비중도 5.7%로 내려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6년 1.4분기 이후 최저였다.

종업원을 두고 자신의 사업을 하는 고용주와 종업원 없이 자신의 사업을 하는 자영자를 합친 자영업주(자영업자)는 589만5천명으로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8%였다.

자영업자의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27~28%로 30% 가까이 올라갔으나 올해 1.4분기에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정경제부는 1.4분기 취업자 증가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질적인 측면을 보면 상용근로자 위주로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어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고용의 질의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고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영업주의 규모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면서 상용근로자의 비중이 올라가면 질적으로 향상됐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의 상용근로자 비중 증가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질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이를 테면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인근에 들어선 대형 할인점 직원으로 흡수되면서 상용근로자가 되고 있다는 것으로 사장이 월급쟁이가 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 자영업주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지난해 1.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상용근로자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데다 비경제활동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고용 사정은 좋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질 개선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자영업의 구조조정으로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소규모 업체들이 폐업.도산하면서 자영업자의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자영업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와 그들에게 고용된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에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