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7년 국가경쟁력 순위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국가경쟁력' 순위 매기기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조사 기관마다 다른 평가 항목 탓에 순위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상대 순위 비교를 통한 '참고용'은 될 수 있어도 한 나라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대한 절대적 평가 자료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야기다.

◇ 애매모호한 '국가경쟁력'..기관마다 평가 달라

국가경쟁력이 세계적 '지식상품'이 된 것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이론이 확산된 1980년대부터다.

포터는 국가 차원에서 의미있는 경쟁력을 '국가의 생산성'이라고 규정하고 특정 국가 기업들이 특정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국가의 환경요인을 '국가의 경쟁우위'라고 설파하면서 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생산요소조건 ▲수요조건 ▲관련 및 지원산업 수준 ▲기업의 전략과 구조, 경쟁 등을 꼽았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능력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기보다는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 나라의 기업환경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무엇보다 애초 설정된 국가경쟁력 개념에서 수치를 통해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보니 일관성있는 평가가 나오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있다.

IMD가 9일(현지시간) 내놓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미국이 부동의 1위를 고수했지만 이보다 하루 앞서 나온 국내 연구기관 산업정책연구원(IPS)의 평가에서는 네덜란드가 1위였고 미국은 2위로 밀렸다.

한국에 대한 평가 역시 IPS는 66개국중 23위였지만 IMD는 55개국중 29위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조사대상 61개국 가운데 38위라고 발표했던 IMD는 이번에는 한국의 지난해 순위가 32위였다고 정정했다.

'국가경쟁력'순위를 매기면서 지난해에는 독일 바이에른주, 중국 저장성(浙江省), 스코틀랜드 같은 지역을 순위에 넣었다가 올해에는 이를 제외하면서 소급해 순위를 바꿔넣은 것이다.

중국 역시 IPS는 21위로 올해 처음 한국을 앞질렀다고 발표했지만 IMD는 지난해 18위, 올해는 15위로 한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했다.

IMD와 마찬가지로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매년 9월께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125개 평가 대상국 가운데 24위로, 전년보다 5단계 후퇴했다.

평가 기관마다 결과가 다른 '백가쟁명'식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주관적 평가 강해..기업인 설문이 좌우

국가경쟁력 평가가 시점에 따라 또는 발표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것은 평가방식의 차이와 함께 주관적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IMD의 경우 평가시 경제지표 등에 대한 공식통계외에 설문조사 결과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4천여명의 민간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323개 항목으로 이뤄진다.

평가시기와 가까운 시점에 시행되거나 도입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인들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순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IMD 평가에서 한국이 전년보다 9계단 하락한 38위를 기록하자 IMD 조사의 국내 대행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연구원(KIET)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정부 행정효율 등의 부문에서 기업인들의 평가가 순위 하락의 큰 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설문이 이뤄진 시점에 대기업 관련 수사와 론스타 사건, 환율 급락 등의 현상 등으로 기업인들의 심기가 불편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IPS의 조사 역시 8개 분야의 275개 평가항목 가운데 통계외에 설문이 상당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 평가가 중요함을 전제하면서도 평가 방식의 한계를 거론하고 있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중국이 종합 순위에서는 올해 처음 한국을 추월했으나 이러한 결과에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경쟁력 구조를 살펴보면 여전히 개발도상국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경쟁력의 요인과 원천이 상이한 한국과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도 "국가경쟁력 연구결과는 분석 방법에 따라 다르다"면서 "확실한 것은 언제든지 자만하면 안된다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