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금융시장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국제금융시장과 겨루기 위해서는 투자 상품 개발과 규제완화 등 투자여건 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인터넷판에서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날 '왜 도쿄가 뉴욕과 런던에 지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이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수출이 증가하고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외국 투자자본은 도쿄 증시 등 일본 금융 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신문은 또 각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국제 투자자본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홍콩이나 싱가포르 또는 중국에 아시아 금융 허브의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 증권시장의 시가 총액은 4조6천140억 달러에 이르러 뉴욕 증권시장 다음으로 큰 규모이나 지난 1990년 세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일본의 시장자본이 지금은 총 49조9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시장자본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도쿄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외국 기업 수가 1990년 125개에서 현재 25개로 줄어든 것은 일본 금융시장이 국제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도표를 통해 지난해 런던과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의 비율은 각각 10.5%와 19.8%였으나 일본은 고작 1.0%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투자자본이 일본을 기피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헤지펀드들까지도 일본에 거점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국제기준과 다른 일본의 회계기준을 맞추는데 따르는 비용도 외국 투자자들의 일본 진입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이어 도쿄대학 경제학과 이토 다카토시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국제투자자금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시장 참여자 및 금융당국 등 3자 모두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일본 금융시장에는 뉴욕이나 런던 시장에서처럼 투자 대상 금융상품이 별로 없는데다 넘쳐나는 일본 국내 자본이 극히 적은 투자 대상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행된 증권상품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며 718조엔에 이르는 채권 역시 국채 또는 공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회사채는 고작 7.2% 정도여서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자들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일본 금융시장에 혁신적인 상품이 부족한 또다른 이유로 시장 참여자들이 적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 금융청(FSA) 금융감독연구국의 쿠리타 테루히사 국장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려는 이들이 적다"고 말했다.

또 외국 회사들이 금융청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도쿄가 국제금융 허브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54) 일본 금융상은 더 많은 외국 투자자들과 서비스 제공자들을 유치하고 외국 기관들이 일본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쿄에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카나리 워프'를 본 딴 현대적인 금융센터를 지으려 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전적으로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국제금융 서비스 개선을 통한 외자 유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