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조선.항공 '대박' VS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울상'
화학.섬유.철강은 '선방'


올해 1.4분기 주요 기업들이 업종에 따라 일부는 '대박'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적자 행진을 벌이는 등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1.4분기 업종별 실적을 성적으로 평가하면 정유, 조선, 항공 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A' 등급을 받았으며, 무난한 실적을 낸 화학, 철강, 섬유는 'B', 경기 불황을 넘지 못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는 'C'에 머물렀다.

◇ 정유, 조선, 항공 '승승장구' = 정유사들은 업황 호조에 힘입어 1.4분기에만 수천억원의 이익이 나자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넘버원' SK㈜[003600]는 작년 동기대비 44% 가량 증가한 4천7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의 분기실적을 냈다.

S-Oil[010950] 또한 79% 늘어난 3천95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역대 1.4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경질유와 중질유간, 고유황과 초저유황 제품간 가격차가 커지고, 방향족 등 화학제품과 윤활유 분야가 활황을 보인 데다 해외 석유개발 사업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가격이 싼 벙커C유(중질유)를 깨서 고부가가치의 휘발유, 등ㆍ경유(경질유)를 만드는 고도화설비가 큰 역할을 했다.

조선업계도 선가가 낮았던 시기에 수주했던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고 고선가 물량이 건조되기 시작함에 따라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작년 1.4분기 1천4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 1.4분기에는 503억원의 영업익을 기록, 흑자로 전환하며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영업이익이 765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387% 늘어나고 영업이익률은 이전 1% 내외에서 4%로 크게 개선됐으며, 매출액도 1조8천233억원으로 24.2% 증가하는 등 상당한 실적으로 냈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조4천677억원, 3천39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21.8%, 102.1%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 불황에 빠졌던 조선업계가 올해 1.4분기 호황을 보인 것은 2004년부터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늘면서 선가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상 수주실적이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3년 가량 걸리는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국내 조선업체들이 2004년 당시 높은 가격을 받고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게 되면서 실적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
항공업계는 유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수요가 급증한 덕분에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대한항공[003490]은 영업이익이 1천5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66.1% 늘었고 , 아시아나항공[020560]도 매출 8천621억원에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43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 화학, 섬유, 철강 '기대 이상의 선방' =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은 아니어도 기대 이상 실적을 내면서 선방한 업종이 화학, 섬유, 철강 등이다.

상장된 화학업체의 대표격인 LG화학[051910]은 플라스틱 가소제 원료로 사용되는 옥소알코올 수익 증가, 판매가 상승 등에 따른 PVC사업 개선 등 석유화학부문의 선전으로 작년 동기대비 93.6% 증가한 1천269억원의 영업이익을 냄으로써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효성[004800]과 코오롱[002020]도 각각 스판덱스 판매량 증가 등 섬유분야 수익성 개선, 광학용 필름과 전자재료, 자동차 소재 사업 호조 등의 영향으로 각각 400억원,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일단 2007년 한해를 순조롭게 시작했다.

철강업계도 수출 호조와 조선, 자동차 업종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예상을 넘는 실적을 올렸다.

포스코[005490]는 매출 5조7천10억원, 영업이익 1조1천13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4%, 1.5%의 신장세를 보였고 순이익도 9천820억원으로 4.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포스코는 올해 매출목표를 당초 21조3천억원에서 22조6천억원으로, 영업이익 목표는 4조1천억원에서 4조3천억원으로 각각 늘려 잡았다.

현대제철[004020]도 중동, 유럽, 미주 지역 수출 호조와 당진 B열연공장의 완전 정상조업 돌입에 따른 열연강판의 생산.판매 물량 증가에 힘입어 작년 동기대비 38.5% 많은 1조6천640억원의 매출로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천554억원, 1천19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59.1%, 36.4% 증가하는 등 알찬 실적을 달성했다.

◇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격 급락 직격탄'..자동차도 울상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제품 가격 급락으로 시장의 전망치에도 크게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부문 매출은 4조4천8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5천4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68%나 감소했으며, 특히 영업이익률은 12%로,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와 LCD 부문이 분리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이닉스[000660]반도체도 영업이익 4천460억원, 순이익 4천2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 46% 각각 증가했지만 작년 4.4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48%, 순이익이 58.7% 각각 감소하는 등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올렸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LG필립스LCD[034220]의 경우 영업손실 2천80억원, 순손실 1천690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영업손실 520억원, 순이익 480억원에 비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전자 LCD 총괄도 영업이익은 7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6%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3%로 작년 2.4분기 2.6% 이래 가장 낮았다.

PDP 업계의 실적 부진은 더욱 심각해 삼성SDI[006400]는 392억원의 적자를 봤던 2004년 4.4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1천102억원)를 기록했으며, LG전자[066570] DD사업부도 영업손실이 무려 2천621억원이나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부진은 판가 급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D램의 경우 PC의 계절적 수요 감소 등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으며, 낸드플래시 가격도 이 기간 거의 '반토막'이 났다.

LCD의 평균 판매가격도 19인치 모니터용 패널의 경우 작년 10월 149달러에서 올 3월 117달러, TV용은 32인치가 작년 12월 328달러에서 올 3월 295달러로 각각 떨어졌으며, PDP는 42-43인치 HD급 모듈 가격이 작년 1.4분기 744달러에서 4.4분기 564달러까지 급락했다.

자동차업계도 선두 주자인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판매대수 감소 등에 따라 초라한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매출 6조6천841억원, 영업이익 2천914억원, 순이익 3천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 13.1%, 10.2% 각각 감소했다.

기아차도 매출은 3조8천50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2% 줄었으며, 영업이익, 경상익, 순이익에서도 각각 737억원, 601억원, 3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기아차는 영업이익에 있어 4분기째 연속 적자를, 경상이익과 순이익에서는 3분기째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생산 및 판매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1.4분기 현대차와 기아차는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7.4% 감소한 38만7천463대, 27만1천14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현대차는 올초 연말 성과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일부 생산라인 조정 등에 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었으며, 수출 부진과 지속적인 달러 약세 등으로 판매대수도 감소했다.

기아차도 1.4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신차인 HM의 연말 생산을 위한 쏘렌토 생산라인 재조정으로 2만2천여대의 생산차질 발생과 해외 판매법인에 대한 판촉지원 확대, 국내 경쟁격화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을 꼽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