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시점에 한국 부동산 시장에 밝은 두 외국인 전문가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는 1993년 이후 서울아파트를 집중 연구해온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론'이다. 그는 '서울은 아파트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고 평가를 내릴 정도로 한국은 아파트 위주의 기형적인 주거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는 아파트 비중이 절대적이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의 13.5%에서 2006년에는 54% 내외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와 국토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20%에 비해서는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한국인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것은 아파트가 가장 유효한 재테크 수단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1970~80년대에는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분양가 통제시스템이 아파트가 중산층의 주거문화로 자리잡게 했고,분양가 자율화 시대에도 '아파트=재테크' 등식이 성립돼 이 등식이 깨지지 않는 한 '강남 불패론(不敗論)'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일본의 경제 애널리스트인 다치키 마코토의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 근거해 강남 아파트 값은 반드시 떨어진다는 '강남 필패론(必敗論)'이다. 그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을 볼 때 한국도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와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따른 산업공동화 등으로 부동산 버블은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강남 사람을 중심으로 다른 곳은 급락하더라도 강남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으나 그것은 큰 착각이라는 것이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일본의 강남으로 불리웠던 도쿄의 세타가야(世田谷) 지역의 집값이 의외로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을 들어 강남 아파트 값도 반드시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남 불패냐 아니면 강남 필패냐. 이 문제를 부동산 값 예측에 관한 한 지금까지 가장 정확하다는 인구통계학적 기법을 통해 알아본다. 이 이론은 한 나라의 인구구성에서 자기주택 소유의욕이 가장 강한 소위 자산계층(좁게는 40~50세,넓게는 35~55세)이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부동산 값이 결정된다는 것이 골자다.

한 나라의 인구 구성에서 자산계층이 두터우면 부동산 값이 높게 형성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 자산계층이 은퇴하고 차기 자산계층이 어떤 형태로 채워주느냐에 따라 부동산 값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은퇴하는 자산계층보다 차기 자산계층이 더 두텁게 채워줄 경우 부동산 값은 계속 상승된다고 보는 것이 이 이론에 근거한 예상이다.

우리의 인구통계 그래프를 보면 신생아 출산이 1965년까지 급격히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라 불리는 1955년에서 1965년까지 태어난 신생아수는 무려 1050만명에 달한다.

이런 인구 구성이라면 현재의 자산계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5~2020년까지는 강남 등 인기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차기 세대들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 후 한국의 주택시장은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동시에 시사한다.

결국 아파트 공화국론을 토대로 강남 불패론과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 근거한 강남 필패론은 보는 시기에 따라 그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에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현 시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