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대기업 집단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뒤따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4대 그룹중 LG를 포함해 2개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셈이며 재계 1위인 삼성도 그룹에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2004년 22개, 2005년 26개, 지난해 31개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제조와 투자 분리에 의한 기업가치 극대화 등을 목적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최근 지주회사 전환 현황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011780]화학과 금호산업[002990]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금호산업은 자산에서 차지하는 자회사 지분의 비중 증가에 따라 올해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12월 대우건설[047040] 인수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 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금호석화는 자회사 지분 미달로 정식 지주회사는 아니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020560],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리조트, 금호터미널, 한국복합물류 등을 지배하며, 금호석유화학은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면서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피앤비화학, 금호타이어, 금호렌터카, 금호생명, 금호종합금융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형제의 난'으로 홍역을 치렀던 두산그룹은 지난해 초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룹 회장제 폐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두산은 2008년까지 지주회사로 바뀌고 각 계열사는 과거 그룹형태의 지배구조에서 탈피해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수행하게 된다.

웅진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웅진씽크빅을 5월1일자로 투자부문인 지주회사와 사업부문인 ㈜웅진씽크빅으로 인적분할키로 지난 2월 결정했다.

향후 지주회사는 신규 사업투자와 자회사 관리, 브랜드 관리 사업 등을 맡게 되고 ㈜웅진씽크빅은 기존 사업 부문인 교육문화 사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지주회사 전환작업이 완료되면 지주회사는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등 8개 자회사를 거느린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웅진그룹은 계열사간 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함으로써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할 수 있고, 계열사간 지급 보증 해소와 더불어 우발적 투자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한화가 보유한 타계열사 지분이 많다는 점을 들어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룹측에서는 "현재로서는 지주회사 전환에 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단호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투명화에 관한 기업외부의 요구와 한화의 지배구조 등을 감안할 때 대한생명 지분 17%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행사와 관련해 오릭스와 OIFS파트너스가 제기한 국제중재신청 결과가 나오는대로 지주회사 전환에 관한 본격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기업들 = 30대 대기업 그룹 중 지주회사 전환의 첫 테이프를 끊은 그룹은 LG다.

LG그룹은 2000년대부터 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기 시작해 2003년 순수지주회사 ㈜LG를 출범시켰다.

LG는 지주회사 체제가 정착돼 가면서 '출자는 지주회사가 맡고 사업자회사는 고유사업에만 전념한다'는 당초 목표가 실현돼 지배구조가 투명화해지는 것과 함께 특정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고 이는 결국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는 또 지주회사 체제를 갖춤으로써 출자총액제한제,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 등 각종 규제와 의무로부터도 자유로워졌으며 이 같은 장점들을 눈여겨본 다른 대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GS는 LG에서 분리된 후 2004년 7월 9개 회사를 거느린 에너지.유통 중심의 서비스 전문 지주회사인 GS홀딩스로 공식 출범했다.

GS는 분리 당시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나름대로 성공해 현재 자산 25조원으로 재계 랭킹 6위에 올랐으며 여기에는 지주회사 중심의 안정된 지배구조가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대상그룹은 2005년 8월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를 세웠고 계열사로는 대상㈜, 대상 팜스코, 대상 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4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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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지주회사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그룹이 재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풀무원은 2003년 3월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풀무원을 설립했고 계열사로는 현재 풀무원 제1 생면공장, 2생면공장, 1두부공장, 2두부공장 등 29개가 있다.

풀무원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식품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 지주회사 전환 전망 = 지주회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지주회사가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 제조 부문과 투자부문 분리에 따른 기업가치 극대화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회사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하기 어려운 부실 계열기업의 퇴출을 쉽게 하고 순환출자를 이용한 과도한 기업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법적 실체가 모호한 이른바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책임성이 명확한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이점이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관련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업계에 지주회사 설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부는 법개정으로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회사의 경우 30%에서 20%로, 비상장회사의 경우 50%에서 40%로 축소했으며 지주회사의 부채비율도 종전의 100% 이하에서 200% 이하로 완화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도 이같은 규제 완화가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양세영 기업정책팀장은 "기업들은 지배구조나 출자구조 개편을 위해 전략적으로 지주회사체제를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출자규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기도 한다"며 "지주회사 설립을 촉진하려면 기업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이고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