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3시 청와대 영빈관.'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정부 전 부처 장·차관과 국정과제 위원,청와대 비서실 수석·보좌관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의 표정은 FTA 체결 추진지원위원회의 대 국민 홍보계획에 이어 부처별 대책 보고가 이어지면서 굳어지기 시작했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어 박홍수 농림부 장관의 보고가 시작되면서 노 대통령은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농림부에 이어 김성진 해양부 장관이 명태,민어 어업이 큰 영향을 받게 돼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가 말하자 마침내 노 대통령은 "명태어업에 배 몇 척에,몇 명 종사하고 있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김 장관이 "원양인 경우 700명 정도밖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700명을 가지고 어떻게 어업계 피해가 엄청나다는 식으로 보고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의 호통으로 회의장은 일순간 얼어붙었으며 이어진 보건복지부와 문화부 법무부 정보통신부의 보고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날 워크숍에서 일부 장관은 한·미 FTA로 인한 관련 산업의 피해를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부풀리지 말고 팩트를 제시해 설명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꾸짖었다.

노 대통령은 일부 부처의 경우 예산을 타내기 위한 의도적 부풀리기 가능성을 지적하며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원 대상 선정 시 실제 손해가 있는지,손해가 있다면 FTA와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따져 국민의 세금을 대충 갈라줘버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FTA 타결에 따른 성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박양우 문화부 차관에게 FTA 타결로 인한 지식재산권 피해와 함께 "우리 쪽에 들어오는 지재권 수입은 얼마나 되느냐"고 캐묻는 등 FTA에 따른 피해와 성과를 조목조목 따져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장·차관들이 쩔쩔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질문 공세가 계속되면서 당초 1시간으로 잡혀 있던 부처 보고는 예정됐던 회의 종료 시간인 오후 6시를 넘겼다.

정작 준비했던 토론은 시작도 못한 상황이었다.

노 대통령은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뜨면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 토론을 주재하도록 지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돌발적인 질문과 질책에 대해 청와대는 "FTA 타결에 따른 피해와 대책을 국민의 피부에 와 닿도록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며 "의도적인 군기잡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준비해서 FTA 비준동의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