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미래를 가를 운명의 D데이가 밝았다.

14개월여를 달려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이 24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협상은 사실상 다 끝났다.

양국 정상의 결단만 남았을 뿐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에 가장 좋은 조건으로 접근하는가,아니면 그것을 포기한 채 농산물 시장을 굳게 지킬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개방을 선택하느냐,아니면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느냐,오늘은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결정해야 하는 날이다.

한·미 FTA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있는 법.농업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가 그 어느 때보다 깊어 보이는 이유다.

고민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관심이 한국 쇠고기 시장에만 쏠려 있는 것이 아니어서다.

오히려 경쟁력을 잃은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의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또 다른 한·미 FTA의 그늘을 읽을 수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 마지막 보고를 받고 최종 책임자인 제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숙소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통상이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이며,FTA는 하는 게 맞다"는 강력한 협상 타결 의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개방에 성공했듯이 지금은 FTA 시대"라면서 "적절한 속도로 관리해 이번에도 최대한 잘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개방 때문에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없고,그동안 개방 속도는 적절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거래라는 것은 서로 수지가 맞아야 한다"며 신중함도 잃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한두 개 꼭지를 따야 될지도 모르겠다"며 쌀 쇠고기 자동차 등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핵심 쟁점을 직접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통상장관 회담도 '30일 밤 12시 이전 타결'을 목표로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29일 오전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가졌다.

쟁점 분야 타결을 위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본국과 교신을 끝내고 멘데이트(위임 권한)를 받았다.

양국 통상장관은 이날 오후 자동차 농산물 등 미타결 핵심 쟁점만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막판 담판에 들어갔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처음으로 관세 폐지안을 제시했다.

한국도 농업에서 일부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대통령의 최종 결단을 앞두고 협상은 결승 라인을 향해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하=이심기/서울=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